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에 편입하는 데 실패했다. 국내 증시의 글로벌 도약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고질병인 낮은 해외 투자자 접근성으로 낮은 점수를 받은 탓으로 풀이된다.
MSCI는 22일(현지 시간) 2023년 연례 시장 분류 결과 신흥국(EM) 지수에 속한 한국과 관련한 변동사항이 없다고 발표했다. MSCI 지수는 선진국과 신흥국, 프런티어시장(FM)으로 나뉜다. 증시 전문가들은 한국이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투자금 유입,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 해소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에 1년 이상 올라야 한다. 한국은 1992년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이후 2008년 워치리스트에 올랐지만 시장 접근성이 낮다는 이유로 편입이 불발됐고 2014년에는 워치리스트에서도 제외됐다. 이번에 후보군에 들지 못한 한국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 도전은 다음 기회인 내년 6월로 넘어갔다.
한국 증시가 이번에도 고배를 마신 것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폐쇄적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MSCI가 이달 초 발표한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한국 증시는 지난해와 같이 18개 항목 중 6개 항목에서 ‘마이너스’(개선 필요) 평가를 받았다. MSCI는 당시 평가보고서에서 “영문 정보 공개는 개선됐으나 항상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영문 공시 의무화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 국제 기관투자자들과 관련 영향을 평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기업들의 배당정보 공시 등도 관련 제도가 완전히 시행되면 재평가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외국인에 불편한 외환 시장도 낮은 평가에 한몫한다. 현재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할 수 없다. 국내에서만 거래해야 한다. 거래 시간도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으로 한정돼 있다. 달러·유로·엔화 등이 역외 시장에서 24시간 거래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재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런던 시간에 맞춰 외환시장 운영 마감 시간을 오후 3시30분에서 새벽 2시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등록외국기관(RFI)이 국내 현물환, 외환 스와프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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