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공사(KIC)에서 사모주식투자 업무를 담당하던 핵심 운용역이 중동의 국부펀드로 이직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보다 높은 성과 보수를 보장하는 민간 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중동 국부펀드로 이직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안승구 KIC 사모주식투자실 부장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로 이직하기로 확정하고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혔다. KIC는 안 부장의 잔여 휴가 소진이 끝나는 8월 사직서를 수리할 방침이다.
안 부장은 모건스탠리, 티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등을 거친 후 2013년 KIC에 입사해 사모투자(PE)실에서 10년 여 간 근무한 핵심 인사다. 안 부장은 무바달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 지역을 포함한 글로벌 사모투자(PE)를 담당할 예정이다.
무바달라는 UAE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국부펀드로, 운용자산이 2760억 달러(약 359조 원)에 달한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트업·첨단기술 분야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7년 넥센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데 이어 2022년 GS그룹 컨소시엄의 휴젤 인수에 자금을 보태면서 이름을 알렸다. 무바달라는 본격적인 한국 투자 발굴을 위해 올해 한국투자전담팀을 신설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위탁받은 외화를 해외에서 운용하는 국부펀드다. 여타 기관출자가보다 보수 등 근무 여건이 좋아 이직이 드물었지만 보다 높은 성과 보수를 보장해주는 민간 운용사로의 이직이 최근 늘고 있다.
KIC 인력이 중동 국부펀드로 이직하는 것은 2021년 이후 2년여 만으로, 앞서 차훈 부동산투자실장이 중동의 한 국부펀드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이직한 바 있다.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는 국부펀드 간 이직이지만 안 부장은 취업제한과 같은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심사는 거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KIC 관계자는 "부서장이나 임원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취업제한 규정에 해당될 수 있지만 안 부장과 같은 사원급은 별도 제한 없이 바로 이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출자기관들의 인력 이탈을 두고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운용역의 역량은 곧 기금 운용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잇단 퇴사는 결국 기관 전체에 타격이 갈 것"이라며 “민간 운용사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외 출자기관들과 비교해 성과 보수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