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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 대만과 '크루즈 밀월'…동북아 연맹체 추진

대만, 우리 정부에 협력 제안

국가별 통관절차 표준화 골자

中 배제 가능성에 참여 고심

향후 외교갈등 빌미될 수 있어

국가 대신 회원간 협의체 논의

이달 12일 속초항에 입항했던 11만 4000톤급 크루즈 코스타세레나호가 관광객 약 2000명을 태운 후 출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만이 우리 정부에 ‘동북아시아 크루즈 연맹체’ 결성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관광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국·일본 등 동북아 인접국 간 ‘크루즈 동맹’을 맺자는 취지다. 회원국 간 출입국 제도와 통관 절차를 표준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2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측은 지난달 대만에서 대만항만공사(TIPC), 대만국제크루즈협회(ICCT) 등 현지 항만 업계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면담에서 ICCT는 해수부에 동북아 크루즈 연맹체 결성을 제안했다. ICCT는 대만 내 최대 크루즈 단체다. 정부 관계자는 “(연맹체는) 국내 크루즈 관광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만) 참여 여부를 결정하려면 면밀한 내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 측이 제안한 연맹체는 일종의 ‘크루즈 동맹’이다. 연맹체를 통해 한국·일본·대만 등 동북아 국가별로 상이한 항만 출입국 및 통관 절차 등을 표준화하는 것이 ICCT의 구상이다. 항만 출입국 및 통관 절차 등을 일부 표준화하면 동북아 국가 간 크루즈 관광선 유치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역내 국가 간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유럽연합(EU)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이후 크루즈 산업 회복세가 가장 빠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연맹체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대만이 연맹체 결성을 제안한 만큼 향후 추진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대만 주도의 연맹체에 합류하면 향후 외교 갈등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정부 입장에서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설화를 계기로 한중 관계가 껄끄러워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단 ICCT는 연맹체 제안 과정에서 구체적인 회원국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과거 국내 크루즈 관광 산업의 ‘큰손’이었다는 점도 정부의 고민을 키우는 대목이다. 당초 2017년 사드 사태 전까지 방한 크루즈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인이었다. 실제 2016년 방한 크루즈 관광객(195만 4000명)의 약 93%는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했다. 다만 이듬해 ‘한한령’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방한 크루즈 관광객은 2016년 195만 4000명에서 2017년 39만 4000명으로 1년 만에 5분의 1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정부가 연맹체에 합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내 크루즈 산업의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면 대만·일본 등 동북아 국가 간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크루즈 산업이 2017년 사드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직후 정부가 한·대만 항로를 신설하고 아시아크루즈협의체(ACC)에 가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대만 항로의 경우 운영 실적이 2017년 3000명에서 2019년 4만 명으로 2년 새 13배 넘게 뛰었다.

일각에서는 ACC와 같은 방식으로 연맹체를 꾸리는 방안도 거론된다. 2014년 출범한 ACC는 한국, 대만, 홍콩, 필리핀, 중국 하이난·샤먼 등 6개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중국과 대만 등 일부 국가의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국가 단위가 아닌 ‘회원’ 간 협의체로 ACC를 꾸린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연맹체는) 아직 논의 초기 단계에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국가 단위의 협의체가 아니면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올해 방한 크루즈 관광객은 약 2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 크루즈 관광 산업이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26만 7000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셈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연간 방한 크루즈 관광객을 50만 명 규모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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