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변동성지수(VIX)를 0.5배 역(逆)으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이 이달 들어 두 자릿수 수익률을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최근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크게 가라앉은 덕분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3일까지 ‘하나 -0.5X S&P500 VIX S/T 선물 ETN(H)’의 가격은 15.78% 뛰었다. 이 상품은 VIX를 0.5배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ETN이다. 이 기간 농산물·천연가스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TN을 제외하면 수익률 1위다. 이밖에 ‘미래에셋 -0.5X S&P500 VIX S/T 선물 ETN(H)(15.78%)’ ‘TRUE 인버스 0.5X S&P500 VIX S/T 선물 ETN(13.53%)’ ‘삼성 인버스 0.5X S&P500 VIX S/T 선물 ETN(13.48%)’ ‘신한 인버스 0.5X S&P500 VIX S/T 선물 ETN(13.19%)’도 13~15%대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0.27%)을 크게 압도했다.
인버스 ETN이 일제히 급등한 건 최근 VIX 지수가 바닥권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VIX는 12.83포인트에 마감해 2020년 1월 이후 3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13포인트선을 내줬다. 증시에 부담을 주던 부채한도 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되고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미국 증시가 안정적인 강세를 보인 까닭이다.
VIX는 S&P500지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른바 ‘공포지수’로도 부른다. 통상 20 미만이면 시장이 안정적인 것으로, 그 이상이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것으로 해석한다.
인버스 상품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서 상품 도입을 주도한 한국거래소도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말 ETN에 소수점 배율을 도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하면서 그 첫 번째 적용 대상으로 VIX를 꼽았다. VIX 인버스 ETN은 극심한 변동성으로 인한 조기 청산 우려로 그간 상장하지 못하다가 한국거래소의 제도 변경으로 올해부터 시장에 속속 발을 들였다.
금융투자 전문가들은 하반기부터는 글로벌 금리, 경기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불확실성으로 VIX 정방향 ETN이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VIX가 최근 저점을 찍은 만큼 그 이하로 내려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상승 반전할 경우 VIX 연계 ETN의 성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VIX 자체가 워낙 변동성이 높은 데다 선물 ETN 특성상 롤오버(월물 교체)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장기 투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VIX는 실리콘밸리은행(SVB)가 파산한 3월 중순 26.2까지 급등했다가 그달 말에는 18선까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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