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주가 하락과 미국 달러화 강세 여파로 외환보유액을 제외한 우리나라 대외금융자산이 통계 편제 이후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동안 서학개미 열풍으로 빠르게 늘어나던 미국 투자 잔액이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동남아 지역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는 큰 폭 증가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준비자산(4232억 달러)을 제외한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1조 7456억 달러로 전년 말보다 162억 달러 감소했다. 대외금융자산이 줄어든 것은 통계가 편제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투자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에 대한 투자가 6833억 달러로 전년 말 대비 19억 달러 감소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투자 잔액은 2306억 달러로 126억 달러 줄었고, 중국에 대한 투자 잔액도 1518억 달러로 146억 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EU 등에서 투자 잔액이 감소한 것은 해당 국가의 주가가 하락한 데다 미국 달러화 대비 기타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주로 비거래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에 대한 투자 잔액 감소는 우리나라 대중 수출이 줄어들면서 이로 인해 무역 신용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반면 동남아 지역에 대한 투자 잔액은 직접투자를 중심으로 늘어나면서 2448억 달러로 전년 말보다 199억 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미국이 1745억 달러로 가장 많고 동남아(1442억 달러), 중국(1037억 달러), EU(754억 달러), 중남미(586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증권투자도 미국(4230억 달러)이 가장 많은 가운데 EU(1072억 달러), 중남미(371억 달러), 동남아(237억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대외금융부채는 잔액은 1조 3974억 달러로 전년 말 대비 1423억 달러 감소했다. 미국(-634억 달러), EU(-265억 달러), 중국(-213억 달러) 등 모든 지역에서 투자 잔액이 줄어들었다. 전년 말 대비 국내 주가가 하락하고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6.5% 하락한 영향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직접투자는 EU(713억 달러), 일본(609억 달러) 등이 많고 증권투자는 미국(2465억 달러), 동남아(1727억 달러), EU(1199억 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통화별 대외금융자산 잔액은 미국 달러화(58.5%)가 절반 이상이고 유로화와 위안화가 각각 9.5%, 6.3%로 집계됐다. 미국 달러화 투자 잔액은 57억 달러 늘었으나 위안화(-131억 달러), 유로화(-95억 달러) 등은 감소했다. 대외금융부채는 원화가 62.4%로 가장 많았고 미국 달러화(29.0%), 유로화(2.9%) 순으로 나타났다. 원화 비중이 높은 것은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표시 주식·채권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전년 말 대비 국내 주가 하락,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 등으로 원화 부채 잔액은 2000억 달러나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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