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깜짝 반등세와 채권금리 하락으로 1분기 호실적을 냈던 대형 증권사들이 2분기에는 잇따른 주가 조작 사태의 후폭풍으로 영업이익이 3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4월 하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8개 상장사 하한가 사태에 연관된 차익결제거래(CFD)에서 미수 채권이 대거 발생해 증권사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5대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금융·키움·NH투자·삼성)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 합계는 1조 1001억 원으로 집계됐다. 호실적을 기록했던 1분기(1조 5827억 원) 대비 30.7%가량 줄어든 규모다. 5대 증권사의 2분기 순이익도 8375억 원으로 추산돼 1분기보다 33.9%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039490)과 삼성증권(016360)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키움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136억 원으로 1분기(3889억 원) 대비 45.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증권 역시 같은 기간 3416억 원에서 2032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40.5%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주가 조작발 CFD 충당금과 CJ CGV 주가 하락 여파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KB증권에 따르면 증권사별 미수 채권 등 CFD 관련 비용은 키움(600억 원), 삼성·한국(250억 원), NH투자(70억 원) 순으로 추산됐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CFD 충당금이 없고 NH투자증권(005940)도 부담이 크지 않으나 최근 주가가 급락한 CJ CGV 평가 손익이 반영돼 2분기 순이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CGV가 4000억 원 규모로 발행한 전환사채(CB) 중 3690억 원가량을 미래에셋·NH투자·KB증권 등 인수단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떠안았다.
미래에셋이 가장 많은 2305억 원을, NH투자증권은 830억 원 상당의 실권주를 인수했다. 이들 증권사의 당시 인수가액은 2만 2000원에 달했지만 이날 CGV는 9590원에 거래를 마쳐 투자증권 평가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증권 업계 전반적으로도 연내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국고채 금리가 2분기 상승세로 전환해 채권 평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초 3.782%에서 3월 말 3.24%까지 떨어졌지만, 2분기 들어 상승추세로 전환해 26일 기준 3.568%까지 치솟았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이 두 번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어 채권금리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1분기 금융 채권금리 하락의 기저효과도 있어 채권 평가 손익은 1분기 대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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