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네트웍스(001740)가 올 들어 코스피 상승률의 두 배인 28%나 치솟았다. 연초만 해도 역대 최저 수준까지 주가가 추락했던 SK(034730)네트웍스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라는 공격적인 주주 환원책을 내놓고 이를 꾸준히 이행해 시장의 신뢰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면서 주가에 상승 탄력을 더했다는 분석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전일보다 1.54% 오른 49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28% 급등한 것으로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4.02%)을 두 배가량 웃돌았다. 이달 12일에는 장중 52주 신고가(5460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초만 해도 10년 내 최저가(3690원)까지 속절없이 주가가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상전벽해’ 수준이다. 수급 주체별로는 기관이 올 들어 710억 원을 담으면서 상승세를 주도했는데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340억 원, 360억 원씩을 팔아치웠다.
투자심리를 개선하면서 주가 반등의 기폭제가 된 것은 자사주 매입 카드였다. SK네트웍스는 3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SK증권과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11월까지 8개월 동안 자사주 1000억 원어치를 사들여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한다는 계획이었다.
실제로 SK네트웍스는 계약 이틀 뒤부터 자사주를 거의 매일 사들여 이달 13일 기준 총 1061만 주(491억 원)를 매수하며 3개월 만에 목표치의 절반 가까이를 채웠다. 당일 주가에 개의치 않고 계획한 물량을 꼬박꼬박 매입한 것인데 상장사들이 통상 시장가 대비 낮은 호가에 자사주를 매수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과도 대조되는 이례적인 행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또 자사주 취득은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이 매수 시점을 정한다는 점에서 일반 투자자들이 희소식으로 받아들인다. ‘현재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됐다’는 일종의 바닥 신호로 여겨질 수 있어서다.
SK네트웍스의 주주가치 제고 실험은 특히 자사주 소각으로 이어져 투자자와 주주의 신뢰를 굳건히 했다는 분석이다. 당초 자사주 취득 계획은 이사회는 물론 시장 안팎에서도 논란이 됐는데 “자사주 취득의 목적 달성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측이 4월 보통주 1240만 9382주(700억 원)를 소각하고 새로 매입한 자사주들도 일부 소각할 방침을 내비쳐 우려를 잠재웠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들인 자사주를 아예 없애버리면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발행 주식 수는 감소하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보다 주가 상승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기차 충전 등 신사업 투자 성과가 주주 환원책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초 전기차 완속 충전기 운영 업체인 에버온에 10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고 지난해 말에는 민간 최대 급속충전기 운영사인 에스에스차저를 인수해 SK일렉링크를 출범시켰다. SK일렉링크는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 민간 사업자 중 최대 규모로 전국적으로 1800여 개의 급속충전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업형 투자 회사로 거듭난 SK네트웍스의 신사업 투자 성과가 주주 환원 정책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로 들어서게 되면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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