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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AI·로봇 수출기업 대출 늘린다





수출입은행이 인공지능(AI) 및 로봇·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필요한 수출자금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한도를 상향했다. 설비투자와 제작 자금 지원 규모를 확대해 극심한 부진에 빠진 주력 산업의 수출 길을 틔우기 위해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AI·로봇·디스플레이를 첨단전략산업에 추가하고 사내 대출 규정을 개정해 이들에 대한 대출 한도를 기존 90%에서 100%로 상향 조정했다. 수은은 그간 반도체와 배터리·미래차 등 주력 산업을 선정해 다른 업종에 비해 대출 한도를 폭넓게 적용해왔다. 수은 관계자는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3개 업종을 첨단전략산업 목록에 포함해 관련 업종의 대출 한도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에 따라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수출촉진자금의 대출 한도가 100%로 확대된다. 수출촉진자금은 시설 투자와 기술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따낸 물량을 제조하기 위해 1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할 경우 명목상 100억 원 전액을 수은을 통해 융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조 과정에 쓰이는 물품 조달 비용인 수출이행자금도 최대 100% 지원받을 수 있다.



수은이 대출 한도를 올려 잡은 것은 수출 실적이 저조한 디스플레이 등 주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일례로 최근 디스플레이 수출액 추이를 보면 올해 3월과 4월 전년 대비 각각 41.6%, 29.3% 감소하는 등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이 가장 심해지는 분야로 국내외 여건이 기업 역량만으로는 생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등이 핵심 산업 반열에 새로 오르면서 많게는 연간 2조 원가량의 정책자금이 시중에 더 풀릴 것으로 수은은 추산하고 있다. 이에 전체 주력 산업 대출 규모도 한 해 7조 원에서 9조 원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한도가 확대된 만큼 대출이 실제 이뤄지려면 개별 기업에 대한 대출 제한도 함께 완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은은 개별 수출 프로젝트에 대한 대출에 앞서 해당 기업이 그간 빌려간 대출금 총액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는지를 우선 따져본다. 수은법에 따르면 동일 차주(법인)에 대한 대출 규모는 수은 자기자본의 50% 이하(약 9조 원)로 제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첨단전략산업으로 분류되더라도 일부 기업은 수출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융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특정 기업에 대출이 몰리면 은행의 재무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으니 어느 정도 제한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핵심 산업에 대해서는 문턱을 일부 낮춰주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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