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증가했다. 3개월 만의 ‘트리플 증가’다. 다만 떨어진 수출 활력으로 광공업 생산이 여전히 불안하고 핵심 산업인 반도체 경기의 개선 흐름도 아직은 미약한 편이다. 하반기 큰 폭의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3월(1.9%)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소비는 0.4%, 투자는 3.5% 늘었다. 올 2월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3대 지표가 일제히 상승한 것이다.
지난달 생산 증가를 견인한 것은 자동차와 반도체다. 자동차 생산은 전월 대비 8.7%, 반도체는 4.4% 늘었다. 소비 호조는 이른 더위로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 내구재 소비가 0.5% 뛴 영향이 컸다. 투자의 경우 항공기 등 운송 장비에 대한 지출이 6.6%나 늘며 지난해 8월(8.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추후 경기 흐름에 대한 예측치를 보여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과 같은 98.4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이어진 하락세가 멈춘 것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코스피지수와 경제심리지수가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지난달에는 수출입물가지수가 좋아지며 조금씩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4월보다 0.1포인트 오른 99.9로 집계됐다.
다만 지표를 뜯어보면 하반기 뚜렷한 경기 반등세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먼저 경제의 중추인 광공업 생산이 장기적 관점에서 미진하다. 전년 동월 대비 광공업 생산은 7.3%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김 심의관은 “지난달 조업일수가 줄어든 것도 있지만 수출 부진의 영향이 더 크다”며 “수출이 대폭 증가한다는 시그널이 없기에 아직까지 생산 반등이 뚜렷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경기 흐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년 동월 기준 반도체 생산은 16.7%, 출하는 20.5% 줄었다. 재고는 전월보다 2.7%, 전년 동월 대비로는 84.7%나 늘었다. 올 4월 공식 발표된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 영향도 있다. 감산 효과는 통상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반도체 경기 흐름에 주요한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는 신호가 없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정부도 비슷한 진단을 내렸다. 기획재정부는 “국내외 실물경제의 어려운 여건이 지속되고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다”며 “특히 고강도 긴축의 영향, 반도체의 높은 재고 수준은 생산 측면의 큰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경제 활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수출·투자 활성화를 총력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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