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담 조나스라는 모건스탠리 소속 애널리스트가 재밌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테슬라 전기차 충전소인 슈퍼차저 네트워크만 따로 평가해도 1000억달러(약 132조2500억 원)의 기업가치가 추산된다는 내용입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테슬라 충전 표준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테슬라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에 대한 보다 명확한 근거를 제시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30조 원은 코스피로 따지면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30일 종가 기준 129조4020억 원)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그만큼 이번 기업가치 산정을 두고 고평가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다만 조나스의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에도 더 많은 브랜드들이 테슬라와의 협력을 택한 만큼 테슬라 충전 사업의 미래가 낙관적인 것만큼은 입증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 “테슬라 충전소는 미래 주유소”
외신을 종합하면 조나스는 6월 중순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테슬라의 슈퍼차저 네트워크가 귀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나스가 보고서를 낼 때 즈음 포드를 시작으로 제너럴모터스(GM), 리비안이 이미 테슬라와의 충전 사업 제휴를 결정했습니다. 테슬라는 북미 지역에만 1만2000개의 급속 충전기 슈퍼차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는 전기차 충전 규격을 두고 테슬라 슈퍼차저의 NACS와 기존 미국 표준인 CCS가 경쟁해왔는데 테슬라가 승기를 잡는 모양새입니다.
전기차 전환에 따라 테슬라가 전기차 제조사는 물론 주유소 역할까지 도맡을 수 있다는 게 조나스의 분석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전체 판매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현재 약 7%에 불과하지만 2030년에는 이 비중이 25%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2040년에는 판매되는 신차 중 75%가 전기차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전기차 주행 거리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고려하면 충전 사업의 가치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입니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전기차가 오늘날 미국 내 전체 이동량의 1% 미만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2030년에는 8%, 2035년 22%, 2040년 50%로 높아지고 2050년 즈음 거의 9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과 시너지…충전 사업 비용 절감
테슬라 충전 사업의 강력한 무기는 전력입니다. 전기차 충전 사업은 당연히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합니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전력 회사들이 전기차 충전 사업에 진출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테슬라는 태양광 등 에너지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저장해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메가팩 프로젝트를 확대 중입니다. 그동안 테슬라는 2015년 가정용 ESS인 ‘파워월(Powerwall)’을 시작으로 2016년 지붕형 태양광 발전기 ‘솔라루프(Solar Roof)’, 2019년 산업용 ESS ‘메가팩(Megapack)’을 잇따라 선보였습니다. 이미 일부 자사 충전소에도 메가팩을 통해 전력을 공급 중입니다.
조나스는 “충전소에서 사용되는 전력 대부분을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저렴하게 조달하게 된다면 향후 10년 간 테슬라가 충전 인프라의 지배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테슬라가 충전 사업과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 간 시너지를 통해 충전소에서 발생하는 전력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럽 브랜드까지 테슬라 표준 가세…연방정부까지 표준 지정 논의
조나스가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에도 테슬라 슈퍼차저의 위력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어 유럽 브랜드까지 미국에서 슈퍼차저를 채택하기로 한 것입니다. 스웨덴 브랜드 볼보는 자사 전기차가 미국 내에서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테슬라와 합의했다고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볼보는 2025년부터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3개국에 판매되는 차량에 NACS 충전 규격을 적용하되 소비자가 원할 경우 CCS 방식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짐 로언 최고경영자는 “2030년까지 완전히 전기차로 전환하기 위한 여정의 일환으로 전기차 사용을 가능한 한 쉽게 만들고 싶다”면서 “전기차로의 이행을 막는 주 요인 중 하나가 쉽고 편리한 충전시설 사용”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충전이 불편하면 볼보 전기차를 택하는 소비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입니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테슬라 슈퍼차저는 미국 내 전체 급속충전기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표준 기관도 테슬라 진영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업계 표준개발 기관인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가 6개월 이내에 테슬라의 NACS 방식을 표준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SAE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테슬라·포드를 비롯한 차량 제조사는 물론 미 연방 정부와도 NACS 표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업계가 테슬라의 전략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테슬라 관련 소식을 쉽게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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