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연구자들과 업계는 여전히 더 나은 기술을 향해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지만 최근에는 시끌벅적했던 연초에 비하면 다소 분위기가 잠잠해진 듯 보인다. 생성형 AI 기술이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도권을 안겨줄 핵심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오픈AI와 구글이라는 양대 빅테크가 경쟁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쏟아내던 추세가 요즘은 다소 잦아든 탓으로 보인다.
알파고 아버지 “챗GPT 뛰어넘을 모델 만드는 중”
이렇듯 잔잔해진 분위기에 돌맹이를 던진 이가 있었으니, 바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국내에서는 바둑 AI ‘알파고’의 아버지로 유명한 데미스 하사비스다. 그는 최근 오픈AI의 거대언어모델(LLM)을 거론하며 자신들의 향후 내놓을 모델에서 자사의 기술적 우위를 자신했다. 팜2(PALM2)라는 최신 LLM을 선보이며 오픈AI와의 격차를 좁힌 구글이 다시 한번 오픈AI를 뛰어넘고 세상을 놀라게 할 신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지 주목이 모인다.
하사비스 CEO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한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미니’라는 AI를 개발 중이며 이는 오픈AI의 챗GPT보다 더 뛰어난 기능을 갖출 것이다”고 자신했다. 딥마인드는 지난달 구글 연례개발자행사를 통해 제미니를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하사비스 CEO에 따르면 제미니에는 알파고에 사용된 기술들이 결합돼 기존 언어모델의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될 수 있음을 예고했다. 그는 “제미니에는 알파고에 적용된 기능들을 활용해 계획을 세우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을 부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LLM들은 세상에 널린 각종 텍스트들을 무자비하게 학습하며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이미지나 텍스트를 생성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다. 하사비스는 이런 생성 능력에 더해 문제 해결, 계획 확립이라는 보다 일반인공지능(AGI)의 모습에 가깝도록 모델을 업데이트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4월 낸 ‘일반인공지능의 불꽃’이라는 논문에는 1994년 50여 명의 심리학자가 지능에 대해 내린 정의를 바탕으로 AGI에 요구되는 조건을 서술한 대목이 나온다. 당시 심리학자들은 지능을 이루는 요건으로 추론, 이해, 추상적 사고, 경험을 통한 학습과 함께 계획 확립, 문제 해결 능력을 꼽았다.
바둑·단백질 구조 등 강화학습 강자 딥마인드…혁신 잦아든 판 뒤흔들까
구글이 만든 것이든 오픈AI가 창조한 것이든 LLM은 모두 강화학습을 거쳐야 세상에 나올 수 있다. LLM의 응답 결과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강화학습을 통해 모델들이 더 정교해지고 사용자의 의도에 맞게 수정된다. 구글 딥마인드의 강점은 언어모델 분야 외에도 강화학습을 활용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내온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는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둑 AI 알파고는 물론, 단백질 구조를 밝혀내며 생물학에 획을 그은 알파폴드가 대표적이다. 하사비스CEO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여러 연구와 사업을 통해 쌓은 강화학습 노하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존 언어모델들이 보여주지 못한 기능들을 선보이고 , 다시 이를 LLM의 생성 기능과 결합해 LLM의 다음 챕터를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사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대감은 최근 오픈AI의 GPT-4을 향한 옅은 실망감과 대비를 이룬다. 오픈AI는 앞서 GPT-4를 발표하면서 앞선 발표 때와는 달리 매개변수 개수, 모델 크기, 학습 데이터 등 자세한 제원을 비밀에 부쳤다. 업계에서도 이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교차했지만, 최근 AI 연구계에서는 이 모델이 8개의 모델로 합쳐진 복합 모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소문이 기정사실화하며 이러한 구조가 색다른 시도라는 평가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결국 모델 자체로 큰 혁신은 없지 않냐며 LLM 기술 혁신이 정체기를 맞은 것은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빅테크들의 피 튀기는 경쟁이 한풀 꺾이며 다소 정체한 듯 보이는 AI 기술 업계에서 내부 단합을 거친 구글 딥마인드가 업계를 놀래킬 기술을 갖고 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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