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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2%대…21개월 만에 최저

석유류 -25.4% 역대급 하락

생활물가도 27개월만에 최저치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도 둔화

식품값 인상 예고에 불확실성 상존

하반기 장바구니 물가는 불안 여전

물가 연말 3%대 재상승 관측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빵이 진열된 모습. 연합뉴스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 2021년 9월(2.4%) 이후 가장 작은 상승 폭이다. 석유류 가격이 1985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낙폭(-25.4%)으로 하락한 영향에 지난해 6월 물가 상승률이 6.0%까지 치솟은 데 따른 기저 효과까지 더해진 결과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 효과가 줄어 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했다. 21개월 만에 2%대 진입으로 정부의 물가 목표치(2%)에 한층 가까워졌다. 체감물가와 밀접한 생활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3% 올라 2021년 3월(2.1%) 이후 2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외식물가 상승 폭 역시 6.3%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작았다.

석유류 가격이 확연히 꺾인 영향이 컸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5.4% 떨어져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올 2월부터 5개월째 마이너스다. 치솟던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확연히 사그라든 것도 주효했다. 여행·여가비 등 개인서비스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0% 올라 지난해 5월(5.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항공료(-7.8%), 관람시설이용료(-6.3%) 등이 빠진 덕이다. 그 영향으로 근원물가(식료품·에너지 제외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3.5% 오르는 데 그쳤다. 올 4→5월(4.0→3.9%)보다 5→6월(3.9→3.5%) 하락 폭이 더 컸다.

물가 부담을 덜면서 정책 당국의 운신 폭은 한층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목표치를 웃돌고 있지만 하반기 확실한 경기 진작을 위한 부양책을 펴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높았던 수입물가에 따른 기저 효과와 둔화하는 서비스 물가를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이 다시 확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수출이 올 들어 가장 작은 감소 폭(전년 동월 대비 -6.0%)을 보이는 등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반등 폭을 키우기 위한 정책을 펼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다만 지난해 기저 효과를 걷어내고 보면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달 2%대 상승률 역시 지난해 6월 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0%까지 치솟은 데 따른 기저 효과 때문이다.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 폭이 줄어든 것 역시 기저 효과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 효과가 하락하는 점을 고려하면 물가는 둔화세가 약해지며 다시 3%대로 올라갈 수 있다. 전월 대비로 보면 지난해 1~7월 물가 상승률은 0.6~0.7%로 빠르게 올랐는데 8월에는 전월 대비 0.1% 하락, 9~10월은 0.3% 상승에 그쳐 오름세가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즉 이에 따른 기저 효과도 하반기로 갈수록 사그라든다는 의미다.

인상이 예고된 식품 가격도 물가 불확실성을 키운다. 원유(原乳) 가격이 대표적이다. 현재 낙농 업계와 우유 업계는 내년도 원유 가격을 결정하기 위해 협상 중인데 생산비 등을 고려하면 내년도 원유 가격은 ℓ당 69~104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빵과 커피 등 관련 제품 가격도 연쇄적으로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지난해 원유 가격이 ℓ당 52원 오르자 유가공 업계는 흰우유 가격을 100~200원가량 인상한 바 있다.

여름철 기후 역시 변수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로 인한 집중호우와 폭염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른 더위가 찾아오며 이미 농산물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적상추(4㎏)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8.5%, 배추(10㎏) 도매가격은 41.3% 올랐다. 특히 농산물 가격은 식탁물가와 직결돼 체감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이 같은 이유로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물가 상승률은 이달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 역시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성, 기후 여건 등에 따른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주요 품목별 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물가 안정 흐름이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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