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발표했다.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산적해 있지만 국민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한 조치다. 지난해 이후 벌써 다섯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39.6%(㎾h당 총 40.4원) 올랐기 때문에 올여름 에어컨 가동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45조 원에 이르는 한국전력공사의 적자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요금 동결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일단 중소기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 백지화, 대형 원전 수출 재개, 태양광 과잉 공급 감사, 전기요금 현실화 등 에너지 정책의 정상화를 추진해왔다. 탈원전이냐 친원전이냐의 선택은 선진국에서도 호불호가 갈려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전체 에너지의 93%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에너지원은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원전을 둘러싼 논쟁이 이념 대결로 변질돼 에너지원별 분열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예컨대 같은 재생에너지를 육성하더라도 태양광과 해상풍력 중 어떤 것을 더 중요시하는지에 따라 좌우로 나뉘어 갈등을 빚는다. 재생에너지의 전력 비중이 7%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럴 필요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최근에는 ‘RE100(재생에너지 100%)’과 ‘CF100(100% 무탄소에너지)’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CF100은 재생에너지만 이용해야 하는 RE100과 달리 원자력을 포함해 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또다시 이념적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에너지원별 편 가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소의 경우 생산 방식에 따라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 분해해 만드는 ‘그린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를 개질해 생산하되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블루수소’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린수소와 블루수소도 정파적 이념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수소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분류하고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청정수소의 기준을 만들어 지원하는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각 에너지원은 장단점을 동시에 갖고 있다. 환경성, 경제성, 유연성, 안전성, 안보성, 사회적 수용성 측면 등에서 일장일단이 있다. 예를 들어 원전은 전력생산비가 저렴하고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지만 안전과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있고 재생에너지는 가장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이지만 간헐성과 주민 수용성, 송전선로 연결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국가 에너지 정책은 이러한 장단점을 고려하고 과학과 합리성에 근거해 최적의 에너지믹스로 결정돼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탄소 중립을 위해 에너지 전환을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에너지 시설은 한 번 건설하면 최소 30년 이상 사용하는 국가 기반시설이기 때문에 잘못 내린 결정에 따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좋은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를 나누는 것이다. 정부가 이념이 아닌 과학에 근거한 합리적 기준에 따라 최적의 에너지 정책을 시행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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