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조 원이 넘는 상장사 둘 중 한 곳은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계 업계는 실효성있는 감사위원회 운영을 위해서라도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를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6일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거버넌스 포커스 21호’를 자산 1조 원 이상 비금융업 코스피 상장사 327개사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를 설치한 곳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분석은 지난 5월31일까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한 기업이 대상이다.
규모 별로 보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는 50%, 2조 원 미만 1조 원 이상은 45%의 기업만이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를 운영 중이었다. 독립의 의미는 경영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로, 내부감사부서 구성원 인사 평가와 이동은 감사위원회의 동의 하에 진행돼야 한다. 경영진 단독으로 인사 권한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내부감사부서는 감사위원회를 보좌하고 감사 실무를 수행하는데 꼭 필요하다. 감사위원회는 주로 회의체로 운영되는 데다가 사외이사로 구성돼 일상적인 업무 감사 등 광범위한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감사위원회 자체 독립성 유지를 위해서라도 내부감사부서의 독립은 중요하다고 한다.
장온균 삼일 PwC 거버넌스센터장은 “감사위원회의 실효성 있는 역할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의 지원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적절한 규모와 전문성을 갖추고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내부감사부서를 운영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 뿐만 아니라 이사회 및 경영진 모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 삼일PwC 거버넌스센터는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과 주목해야 할 시사점도 소개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2017년 자율공시로 최초 도입됐다. 상장기업의 경영투명성 개선을 위해 주주, 이사회, 감사기구 세 분야에 속한 10가지 핵심원칙과 15개 핵심지표의 준수 여부를 담고 있다. 2019년에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공시가 의무화됐고, 2022년부터는 자산총액 1조 원 이상 기업까지 확대됐다. 2024년에는 5000억 원 이상, 2026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기업으로 공시 의무가 확대된다.
핵심지표에 대한 전반적인 준수율은 소폭 상승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2조 원 이상 기업의 핵심지표 준수율은 지난 5년간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지만, 2023년에는 전년 대비 1.5% 포인트 상승에 그쳤으며, 의무 공시 두 번째 해인 2조 원 미만 1조 원의 기업의 경우에도 1.6% 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핵심지표 준수율의 개선이 정체되고 있는 것은 준수율이 낮은 몇몇 지표의 영향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장 낮은 준수율을 보인 항목은 ‘집중투표제의 채택 여부’다. 2조 원 이상 기업의 경우 5% (전년도 준수율 5%), 2조 원 미만 1조 원 이상 기업은 3% (전년도 준수율 1%)였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서 도입 논의가 활발하지만, 헤지펀드 등 투기 세력에 의한 경영권 공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 준수율 개선이 더딘 대표적 항목이다. 집중투표제 외에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나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등도 상대적으로 낮은 준수율을 보였다.
장 센터장은 “준수율이 낮은 항목은 원인 분석, 해당 항목의 선정 취지에 부합하고 회사의 상황에 맞는 대안적인 지배구조 장치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국 상장사 이사회의 효과성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 △이사회와 경영진 간의 건설적인 관계를 위한 5가지 제언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에 대한 특별 기고문 △삼일PwC 거버넌스센터에서 제공하는 이사회 구성원을 위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소개를 수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