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작년에 이어 올 해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현대차(005380)는 실적 호조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적인 전동화 전환 전략으로 전기차 시장 상위권 굳히기와 실적 내실화를 동시에 달성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2032년까지 109조 4000억 원을 투자해 신사업인 로봇과 항공 모빌리티, 수소에너지 등에서도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현대차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조 680억 원, 3조 6777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2분기 매출 35조 9999억 원, 영업이익 2조 9798억 원 대비 각각 11.3%, 23.4% 높다.
연간 매출 전망도 밝다. 현대차의 올 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6조 3000억 원, 13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2조 5000억 원, 영업이익 9조 8000억 원으로 양 부문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세운데 이어 올해도 실적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우호적인 실적 전망에 외국인도 연일 현대차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7일까지 현대차를 1조 4976억원 순매수했다.
현대차의 실적 신기원은 글로벌 판매가 증가세인데 원자재 가격은 하락해서다. 3분기 중 싼타페 신형 모델 등 흥행이 기대되는 신차 출시를 앞둔 점도 우호적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시작된 원자재 가격 하락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되고 있다” 며 “고가 SUV 판매 비중이 확대돼 수익성 역시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발판 삼아 전기차 전환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20일 열린 ‘2023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내놓은 ‘현대 모터 웨이’가 대표적이다. 현대 모터 웨이의 핵심은 △통합 모듈러 아키텍처(IMA) 도입 △전기차 생산 역량 강화 △2차전지 전 영역 밸류체인 구축 등이 꼽힌다.
IMA를 통한 차세대 차량 개발 체계는 현재의 차급 별로 진행되는 플랫폼 중심 차량 개발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로 평가된다. IMA는 차급 구분 없이 적용 가능해 규모의 경제를 통하 원가 절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가령 현대차의 1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통해 개발된 차량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5, 6 등 중형 차급 중심이다. 현재 개발 중인 2세대 전용 전기차 플랫폼에는 IMA를 적용해 소형부터 초대형 SUV, 픽업트럭, 제네시스 브랜드의 상위 차종까지 개발할 수 있다.
또 전기차 생산은 기존 내연기관 생산 라인에서 전기차 생산도 가능하게 하는 ‘혼류 생산’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절약한 비용으로 향후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도 추진한다. 전기차 생산 원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2차전지 사업 전문 조직도 꾸린다. 2차전지 소재 확보부터 수명이 다 된 2차전지의 재활용까지 ‘2차전지 라이프 사이클’을 완성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중기 전략인 현대 모터 웨이로 전동화 전환을 이루는 동시에 장기 목표인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가 되기 위한 준비도 착실히 수행 중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32년까지 총 109조 4000억 원을 투자한다. 구체적으로 연구개발에 47조 4000억 원, 설비(CAPEX)에 47조 1000억 원, 전략에 14조 9000억 원을 각각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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