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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개 기업 산학 프로젝트 지원…'디자인계 BTS' 만들 것"

[서경이 만난 사람 -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

■대담=김민형 성장기업부장

생태계 활성화에 2027년까지 5000억 투입…글로벌 4강 목표

日 안도 다다오 같은 스타 디자이너 키워내 해외시장 개척할 것

디자인 혁신, 세계적 기업 성공열쇠…韓도 전문 컨설팅사 필요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이 K디자인의 해외시장 진출 공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권욱 기자




“K디자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K팝이 한류를 이끌었듯 ‘디자인계의 방탄소년단(BTS)’도 머지않아 나올 것입니다. 국내외 전시회 등을 통해 능력 있는 국내 디자이너들을 해외시장에 알리고 디자이너들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하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부는 올 6월 발표한 ‘K-디자인 혁신 전략’을 통해 2027년까지 5000억 원을 투입해 미국·영국·독일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글로벌 디자인 4강’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올해가 K디자인이 내수 중심에서 수출로 전환하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윤상흠(사진)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이제 디자인 산업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진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내놓은 ‘K-디자인 혁신 전략’에도 해외시장 진출이 중요한 핵심 과제로 담겼다. ‘K-디자인 혁신 전략’은 산업부가 국내 디자인 산업 진흥을 위해 5년마다 내놓는 청사진이다. 이번에는 ‘글로벌 디자인 4강’과 ‘디자인 주도 제조 혁신 확산’을 목표로 △디자인·산업 간 협업 확대 △창의적 디자인 인프라 확충 △디자인 생태계 조성 △새로운 비즈니스 도전 등 4대 정책 과제와 12대 프로젝트에 2027년까지 총 5000억 원을 투입한다. 국내 디자인 산업 진흥의 선봉에 서 있는 윤 원장을 만나 앞으로 5년간 펼칠 디자인 진흥 정책과 K디자인의 글로벌 시장 경쟁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 원장은 그동안 축적된 K디자인의 능력이 이제는 세계에서 통할 수 있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실제 2021년 기준 디자인 전문 기업 가운데 수출 업체 비율은 4% 내외로 극소수에 불과하고 수출 규모는 799억 원에 그치고 있다. 디자인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전략 수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디자인이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느냐다. 윤 원장은 그 가능성을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 생활소비재 분야 박람회 ‘메종오브제’에서 확인했다. 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디자인 기업들과 한국관을 꾸려 처음으로 메종오브제에 참가했다. K디자인의 글로벌 경쟁력을 현장에서 평가받아 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예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대성공이었다. 현장에서 K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박람회 후에는 뉴욕 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아트숍 등에 입점한 기업들이 생겨났고 한 기업은 프랑스 기업과 디자인 가계약을 맺기도 했다. 윤 원장은 “한국의 디자인과 상품에 대한 해외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계기”라며 “K디자인이 상대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덜 알려져 저평가받고 있는 만큼 더 많이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이탈리아의 밀라노 가구 박람회, 독일의 암비엔테 등 세계적인 디자인 관련 전시회에 한국 기업들을 최대한 많이 참가시켜 능력을 해외시장에 보여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디자인 분야 시장개척단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 윤 원장은 “올 하반기 중국에 우리나라 디자인 기업을 소개하고 수출 상담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중국에는 현지 법인도 있고 한국 디자인에 대한 인식도 좋은 편이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진흥원은 글로벌 기업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디자이너들과 국내 디자이너들을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해외에 먼저 진출한 선배들이 후배 디자이너들의 멘토 역할을 하면서 해외 진출을 이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기존에 운영해오던 한인 디자이너 네트워크를 대폭 활성화하고 해외 디자이너 협회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국내의 젊은 디자이너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K디자인의 적극적인 글로벌 진출을 통해 디자인계의 BTS 같은 ‘스타 디자이너’가 탄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실 디자인 강국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즐비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영국의 토머스 헤더윅, 일본의 안도 다다오, 독일의 피터 슈라이어 등이 대표적이다. 윤 원장은 “국내에는 스타를 견제하는 문화가 있다 보니 독립적으로 활동하던 디자이너들이 기업에 들어가면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데 한계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세계적인 스타 디자이너를 양성할 수 있도록 106개 협력 기업과 250여 개의 산학 프로젝트를 추진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흥원은 해외시장 개척과 더불어 디자인을 통해 국내 중소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디자인 주도 제조혁신센터’가 대표적인 사업이다. 진흥원은 2019년부터 전국 스마트그린 산단에 제조혁신센터를 설립해 기술력을 가진 중소 제조 기업의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흥·창원·광주 등 전국 7곳의 스마트그린 산단에서 운영되고 있다. 윤 원장이 취임한 후 4곳을 새로 열었을 정도로 역점을 두고 있다. 제조혁신센터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디자인 컨설팅 923건, 제조 기업 수요 맞춤 디자인 개발 274건, 상품 촬영 1356건 등을 진행했다.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성과도 뛰어나다. 지난해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국내 매출이 77% 증가했고 상품화율도 75%에 달했다. 윤 원장은 “제조혁신센터에서는 단순히 제품의 디자인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기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컨설팅부터 디자인 개발, 그리고 마케팅·홍보까지 사업 전 주기를 지원한다”며 “기술력이 뛰어난 하청 기업이 궁극적으로 디자인을 보태 자기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주도 혁신은 애플·다이슨 등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곳들의 성공 열쇠라는 게 윤 원장의 생각이다. 실제 다이슨은 ‘디자인과 기술은 하나다’를 강조하며 연구개발(R&D)과 디자인을 한 부서로 통합해 ‘RDD(Research, Design Development)’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부서를 통해 탄생한 혁신 제품들이 바로 날개 없는 선풍기, 바람을 활용한 드라이기 등이다. 애플 역시 ‘애플에서는 모두가 디자이너’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창조적 사고와 디자인 중심의 협업을 강조한다. 윤 원장은 “애플과 다이슨은 디자인 조직이 상품을 기획하고 제품 개발 과정을 총괄한다”며 “디자인 주도 혁신은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국내 중소기업들의 혁신을 이끌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이 국내 디자인 시장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권욱 기자


디자인의 중요성이 이처럼 크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성능·가격보다 뒷전인 경우가 많다. 디자인을 창작물로 인정하지 않고 비용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진흥원이 디자인 표준계약서와 대가 기준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매년 2만 명이나 되는 디자인 인력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디자이너가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은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윤 원장은 디자인 전문 회사 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IDEO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전문 기업이 한국에도 탄생해야 한다”며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기업의 제품을 디자인 전문 기업의 주도하에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육성하는 신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디자인이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지난달 취임 2년을 맞은 윤 원장의 임기는 이제 1년 남았다. 앞으로 1년 동안 그는 디자인의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단순히 물건을 예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편견을 깨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디자인이 우리 산업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며 “사람의 행동이나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컨설팅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디자인의 영역”이라며 “제조 기업 역량 지원, 중대재해 예방, 개인정보 보호 등 디자인 연계 정책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디자인을 통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구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디자인을 기반으로 친환경 프로세스를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탄소 중립 등 미래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고령화·안전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디자인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친환경 디자인 프로세스를 계속 개발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He is…

△1965년 대구 △서울 상문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35회 △미국 인디애나대 경영학 석사 △동국대 경제학 박사 △2011년 지식경제부 무역정책과장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총괄과장 △2017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총괄국장 △2018년 산업부 통상협력국장 △2020년 산업부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 △2021년~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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