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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예술산책…도쿄서 유럽을 만나다

[일본 미술관 기행]

◇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

모리~국립신~산토리 도보 10분 거리에

이우환 전시부터 英테이트 소장 특별전

◇ 우에노 공원 '국립서양미술관'

개인 소장품으로 만든 서양미술의 보고

로댕 '지옥문' 등 교과서 속 명작 수두룩





‘인스타그래머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릴 만한 장소라는 의미다. MZ세대는 늘 여행지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를 찾는다. 역대급 엔저 현상으로 일본이 한국인의 여행지 1위로 자리잡은 가운데 MZ세대들의 ‘인스타그래머블’한 일본 미술관 여행이 주목 받고 있다. 미술관이라니. 기성세대라면 ‘일본에 가볼 만한 미술관이 있나’라며 의아해할 것이다. 혹은 ‘기껏해야 일본 만화 캐릭터들이나 보겠지’라고 저평가할지 모른다. 하지만 서울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도쿄에서 영국·프랑스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적 대작을 볼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엔저로 가성비 높아진 일본 여행의 품격을 높여주는 ‘일본 미술관 기행’을 알아본다.



이번 여름 롯본기에 가면…양혜규와 테이트 미술관 작품까지 한 번에


도쿄 롯폰기에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세 개의 미술관이 모여 있다. 이름하여 ‘롯폰기 아트 트라이앵글’.

트라이앵글의 시작은 롯폰기힐스의 중심 모리타워 52~53층에 위치한 ‘모리미술관’이다. 2003년 개관한 모리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으로 ‘천상에 가장 가까운 미술관’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모리그룹 회장은 도쿄에서 가장 세련된 패션몰 롯폰기 힐스 모리타운을 세우며 미술관을 개관했다. 모리미술관은 상설 전시를 하지 않지만 오후 10시에 폐장하는 운영 방식과 감각적인 기획력 덕분에 매해 수백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소다. 모리미술관에서는 4월 19일부터 9월 24일까지 ‘월드 클래스룸’이라는 주제의 20인 그룹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 작가 이우환과 양혜규의 전시도 포함된다. 이우환은 이미 한국만큼이나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 거장이지만 이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작가는 양혜규다. 양혜규의 작품 ‘소리나는 하이브리드’는 전시를 기획한 마미 가타오카 모리미술관 관장이 직접 의뢰한 작업으로 전시의 말미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모리미술관 양혜규 전시. 사진 제공=갤러리가이아


모리미술관 이우환 전시. 사진 제공=갤러리가이아


모리미술관에서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는 도쿄국립신미술관·산토리미술관이 있다. 도쿄국립신미술관의 건축은 일본의 건축거장 구로카와 기쇼가 맡았는데 물결치는 모양의 유리벽 양식의 건축으로 외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국립신미술관 외관. 사진 제공=갤러리가이아




모리미술관에 ‘상설 전시’가 없다면 국립신미술관에는 ‘소장품’이 없다. 소장 규모로 미술관의 위용을 과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많은 기획 전시에 집중하겠다는 미술관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올해는 7월 12일부터 10월까지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작 가운데 ‘빛’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엄선한 특별전이 열린다. 트라이앵글 중 막내 격인 산토리미술관은 모두 잘 알고 있는 주류회사 산토리가 운영한다. 산토리는 기업 이익의 3분의 1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미술관 등 예술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특히 3~6개월 간격으로 일본 전통 예술 컬렉션을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관광명소 우에노 공원서 만나는 교과서 속 명작들


롯폰기보다 좀 더 ‘일본스러운’ 미술 관광을 원한다면 우에노공원에 위치한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을 추천한다. ‘서양미술’을 전시하는데 일본스럽다니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다. 하지만 이 미술관의 유구한 역사를 듣는다면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국립신미술관 외관. 사진 제공=갤러리가이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은 세계가 인정한 거대한 서양미술의 보고다. 국립서양미술관은 일본의 해운 사업가 마쓰카타 고지로(1865~1950)가 수집한 서양미술품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영국 런던에서 일하던 중 수많은 예술품 수집가, 중개상과 접촉했고 10여 년 간 유럽 전역에서 수천 여 점의 미술품을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와 친분을 쌓기도 했다.

국립서양미술관 내부 작품


국립서양미술관 내부 작품


하지만 1927년 경제공황 이후 상당수가 경매에 넘어갔고 런던의 한 창고에 보관됐던 1000여 점은 화재로 소실됐다. 출처가 확인된 작품 중 일부는 프랑스 정부로 넘어갔으나 일본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체결 이후 ‘마쓰카타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370점의 작품을 돌려받는다. 정부는 이 작품을 공개하기 위한 시설로 국립 서양미술관을 열었다. 개관 직후 자체 구입이 이어졌고 수많은 기증으로 서양미술의 역사를 짚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상설전이 가능해졌다. 서양화가의 작품만 전시하는 미술관이지만 개관 스토리는 일본의 전후 현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국립서양미술관 내부 작품


장구한 스토리를 증명이라도 하듯 미술관 입구는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지옥 문’이 길가의 돌처럼 무심하게 전시돼 있다. 연중 공개하는 상설전에는 중세 말기부터 18세기에 이르는 올드 마스터 회화, 19세기 후반 사실주의 및 인상주의 작품, 20세기 중반 근대 회화 작품이 전시된다. 이미 100년 전에 이 정도 규모의 작품을 수집하는 미술품 컬렉터가 있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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