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집중호우가 전국을 강타하면서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지하철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되고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도 잇따랐다. 재난 당국은 서울 일부 지역에 처음으로 ‘극한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도 했다. 기습 폭우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침수와 산사태·낙뢰 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수도권과 강원 내륙, 일부 충남, 남부 지방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8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 특히 오후 4시 기준 서울에는 모두 102.5㎜에 달하는 폭우가 내렸는데 이 중 73.5㎜가 오후 3시부터 4시까지 한 시간 만에 쏟아졌다.
강한 비가 집중된 서울 구로구·동작구·영등포구 일대에는 처음으로 ‘극한 호우’에 대비하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극한 호우란 ‘1시간 강수량 50㎜’와 ‘3시간 강수량 90㎜’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비를 일컫는다. 시간당 72㎜ 이상 폭우가 쏟아질 때도 극한 호우로 인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이번 비로 경기 여주에서는 하천변을 산책하던 70대 남성이 불어난 물에 떠내려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운동 나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후 1시 26분께 실종 지점으로부터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부산 사상구 학장천 주변에서도 이날 오후 3시 34분께 68세 여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관 30명 등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서울에서는 지하철 1호선 일부 구간의 운행이 중단됐다 약 15분 만에 재개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6분께 집중호우로 1호선 영등포역~금천구청역 구간에서 열차 양방향 운행이 중지됐다가 오후 4시 12분께 다시 운행을 시작했다. 운행 중단 여파로 열차가 한동안 순연해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외에도 서울 도로 곳곳이 침수되면서 일부 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 등에 따르면 오후 4시 45분 노들로에서 올림픽대교 하남방향 진입 연결로가 물 고임으로 전면 통제됐다.
오전부터 폭우가 들이닥친 호남에서도 침수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12시 9분께 광주 북구 한 아파트단지 내 어린이집에서는 보육실 천장이 무너졌고 어린이집 인근 아파트 출입구 천장 부분의 철제 구조물도 낙하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또 낙뢰로 고압전선이 끊어지면서 광주 북구 월출동 일대 266가구의 전기 공급이 2시간 동안 중단됐다.
부산에서도 폭우가 쏟아지면서 행정안전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2단계로,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상향해 폭우 피해 대비에 나섰다. 이날 오후 4시까지 부산에 내린 비는 모두 74㎜로 이 중 68.5㎜가 한 시간 만에 퍼부으면서 부산에도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수도권에 영향을 준 강한 비구름대는 빠르게 동쪽으로 이동했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겠으나, 전라권 등에는 12일까지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겠다. 12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경기도(북서부 제외)·강원내륙 및 산지·전라권·충청권·경상권 30~100㎜, 서울·인천·경기북서부·강원동해안·제주도·서해5도·울릉도·독도 5~60㎜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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