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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혼인신고 말리는 정부

우영탁 경제부기자


요즈음 예식장은 결혼식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식장 예약이 안 돼 결혼식을 늦추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4월 혼인 건수는 1만 4475건으로 198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저치다.

이유는 단순하다. 굳이 혼인신고를 할 이유가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 같은 집에 살되 법적으로는 단독 가구를 유지하는 게 많은 측면에서 유리하다. 한때 혼인신고 없이 남편의 전세자금대출로 아내의 중도금 잔금을 치르는 갭투자가 성행했다. 이 경우 법적으로 남남인 만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주택 청약 기회가 2배로 늘어날 뿐 아니라 1가구 2주택자가 맞는 세금 폭탄도 비켜갈 수 있다. 낮은 출산율과 높은 이혼율 역시 혼인신고를 최대한 늦춰야 하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정책 지원도 위장 미혼 부부에 유리하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 수단인 디딤돌대출 소득 요건은 첫 주택 구매 기준 1인 가구와 신혼부부 모두 가구당 연소득 7000만 원으로 동일하다. 연소득 6000만 원씩의 맞벌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게 되면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지 못한다. 특례보금자리 우대금리와 전세대출 지원책인 버팀목대출 모두 상황이 비슷하다. 혼인 장려를 위해 소득 요건을 2배 이상으로 해줘도 모자랄 판인데 지금 정부의 정책은 혼인 후 부부 중 한 명의 경력 단절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2021년 기준 30대 가구 중 맞벌이 비중은 53.3%다.



반면 혼인신고를 했을 때 어떤 혜택을 얻을 수 있을까. 태어날 자녀에게 법적으로 보다 안정된 울타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 외에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이마저도 최근에는 한부모 가정의 혜택이 크다는 것을 노리고 사실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혼외자로 만들어버리는 사례도 있다. 2017년까지 10년간 1.9~2.1% 수준을 유지하던 혼외자 비율은 2019년 2.3%, 2021년 2.9%로 급증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동거·비혼 출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 방안으로 동거인 등록제 등이 거론된다. 이에 세종의 한 젊은 사무관은 “혼인신고도 안 하는데 동거 신고를 누가 하냐”며 “주위 사무관들도 신고 없는 동거, 비혼 출산의 혜택이 압도적이라는 것을 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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