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시설 건설, 재생에너지 단가, 원자력 발전의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2023 에너지전략포럼’ 주제 강연에서 “한국전력이 재무적으로 적자를 해결하려면 전기요금을 적어도 (㎾h당) 50원 정도는 인상해야 한다”며 “추가적인 전력 시스템 투자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전기요금을 두 배는 올려야 전력 계통이 안정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조 교수는 탄소 중립 이행 과정에서 에너지 이송 인프라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신재생에너지는 출력이 간헐적이고 발전원이 특정 지역에 집중 설치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설치나 송배전망 확충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그런 맥락에서 “한전이 계통 연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재무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전은 지난해에만 32조 원의 적자를 봤고 현재 누적 부채는 195조 원이 넘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전기가 가장 저렴한 국가 중 하나인데 앞으로 일정 부분 전기요금을 올려야 최소한의 계통 연결이라도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탄소 중립 이행 과정에서 발전 원가가 올라가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전력 먹는 하마로 통하는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전기화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이를 청정 전기로 충당해야 해 고비용 구조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는 “지금보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전력 업체들이 그린수소 등 신사업을 취급할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전기요금 현실화가 분권형 전력 공급 시스템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발전 사업자와 전력 소비자가 한전을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전기를 거래하는 직접전력구매계약(PPA)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외국 전력 업체들은 사업·지역별로 계약을 맺지, 우리나라처럼 전국 단위로 전기를 공급하지 않는다”며 “중앙급전(한전) 전기요금이 오른다면 다양한 계약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별한계가격(LMP)을 바탕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방향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전력 거래 시장에서부터 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LMP는 지역의 계통 여건 등에 따라 전력 도매가를 다르게 책정한 것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계통한계가격(SMP)을 전국 발전소에 일괄 적용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송전 거리에 따라 발생하는 전력 손실 비용을 모든 지역이 똑같이 부담하는 문제가 있었다. 따라서 SMP로는 현재의 지역별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조 교수는 “중앙집권적 전력 공급 정책을 고수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현안을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발전기와 발전 수요를 분산하고 계통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LMP 도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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