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대중화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충전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가 늘고 있다. 2020년 20억 원에 그쳤던 투자액은 지난해 1000억 원 수준까지 증가했고 올해는 7월 초까지 누적으로 1200억 원을 웃돌며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이미 많은 대기업이 유망 스타트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신생 창업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업계 지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30년 글로벌 기준 538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충전 시장을 둔 쟁탈전은 한층 격화할 전망이다.
12일 벤처 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충전 인프라·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에 1013억 원 상당의 투자 자금이 몰렸다. 전기차 충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투자는 2019년과 2020년 각각 51억 원, 20억 원에 그쳤지만 2021년 666억 원으로 껑충 뛴 뒤 재차 늘어나는 추세다. 고금리·경기 여건 악화 등으로 인해 VC 투자가 극도로 위축된 올해에도 이달 11일 누적 집계 기준 1241억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충전기 제조·납품·설치·운영·사후관리까지 전 밸류체인(가치 사슬)을 아우르는 서비스 ‘채비’를 제공하는 대영채비는 지난달 초 12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투자 기관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이다. 2016년 출범한 채비는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충전기 제조 시장에 뛰어든 이후 충전소 설치·운영·사후관리까지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충전기 6000여 기를 전국에 설치했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도 국내 1위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충전소 정보 제공 분야에서는 소프트베리가 선두에 있다. 소프트베리는 전기 자동차 운전자 약 92%가 이용하는 충전소 정보 플랫폼 ‘EV 인프라’를 구축해 지난해 80억 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이외 충전 정보 서비스 제공 업체로는 엑셀러레이터(AC) 블루포인트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를 받은 스칼라데이터('모두의 충전' 운영사) 등이 있다.
전기차 충전 시장이 커지면서 다수의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스타트업에 대한 VC 업계의 투자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어 시장은 한동안 각축전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SK그룹은 2021년 미국 급속 충전기업체 시그넷EV를, LG그룹은 2022년 국내 전기차 충전 전문 업체 '애플망고'를 인수한 바 있다. 함슬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책임심사역은 “대기업이 시장에 뛰어들고 인수합병을 시도하면 시장에 자금이 유입돼 파이 자체가 커지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시장이 커지고 사업자가 늘어나면서 당분간 경쟁이 격화되겠지만 이 과정에서 경쟁력을 증명해 미래 시장을 장악하는 스타트업이 출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