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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로 퇴직연금 무브…3개월새 자금 84% 급증

■12일 디폴트옵션 본격 시행

2분기 상위 6개사에 922억 유입

400조 시장 모객경쟁 불붙을 듯

서울 여의도 증권가. 연합뉴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12일 시행된 가운데 국내 6대 대형 증권사의 관련 상품 자금이 3개월 만에 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퇴직연금 시장 선점을 두고 증권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증권 등 자본 총계 기준 상위 6개 증권사의 디폴트옵션 상품에 유입된 2분기 퇴직연금은 약 922억 5000만 원이다. 이는 1분기 약 501억 5000만 원보다 84%가량 증가한 수치다.



디폴트옵션은 근로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상품을 결정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둔 방법으로 적립금을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자기 명의로 된 퇴직 계좌의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가입자만 적용 대상이다.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형)은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도입한 뒤 상품 승인과 규약 변경, 전산망 구축 등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해 전날까지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이날부터 시행됐다.

최근 증권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에 들어온 신규 자금 대부분은 예·적금 중심의 초저위험 상품일 것으로 추정된다. 여전히 고금리 국면이 지속되는 데다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탓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분기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의 디폴트옵션에 가입한 투자자 적립금 약 3000억 원 중 2544억 원이 초저위험 상품군을 선택했다. 펀드 등 실적 배당형 상품을 포함한 저위험·중위험·고위험 상품에 투자된 적립금은 각각 222억 원, 153억 원, 94억 원에 그쳤다.



3개월간 수익률은 저위험·중위험·고위험 상품이 각각 2.33%, 3.22%, 4.81%를 기록했고 초저위험 상품은 1.11%로 가장 낮았다. 고용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41개 금융기관이 279개 디폴트옵션 상품을 승인받아 135개를 판매·운용하고 있다. 1분기에만 약 25만 명이 디폴트옵션 상품에 가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연금을 지나치게 안정적으로만 운용하려고 하면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수익률을 결코 얻을 수 없다”며 “예·적금보다는 금융투자 상품의 투자 비중이 높은 쪽으로 고객을 끌어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디폴트옵션제도의 본격 시행을 계기로 주요 증권사들의 영업 강도도 한층 올라간 분위기다. 이들은 준비한 연금 상품의 수익률을 높여 은행·보험 등 다른 업권을 앞서는 경쟁력을 부각하겠다는 각오다. 퇴직연금 자체가 장기 투자 성격이 짙어 디폴트옵션 가입자를 충성 고객으로 자리 잡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7일 설정한 첫 디폴트옵션 고위험 상품의 수익률이 연 환산 10.71%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실적 배당형 상품 비중을 5월 말 기준으로 69.9%까지 끌어올리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상품이 은행·보험 쪽보다 수익률이 좋으면서도 원금 손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을 강조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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