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상승률이 2년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추가 긴축 우려가 줄자 바이오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셀트리온(068270) 합병 등 기업 개별적인 호재가 잇따르면서 바이오주 주가가 차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바이오 K-뉴딜지수’는 전날보다 1.89% 오른 1743.70에 거래를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 지수는 셀트리온 3사,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등 국내 대형 바이오·제약 상장사로 구성됐다. 해당 지수는 6월 2일 1899에서 이달 10일 1648까지 13.2% 급락했다.
바이오주 개별 종목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셀트리온제약(068760)은 9.89% 급등했고 SK바이오팜(326030)(2.71%), 삼성바이오로직스(2.17%),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2.31%), 셀트리온(2.30%) 등도 지수 상승률을 웃도는 상승 폭을 기록했다.
온기는 중소형 제약·바이오주로도 번졌다. 선천적 심장 기형 수술(폰탄) 환자를 대상으로 신약을 개발 중인 메지온(140410)이 8.63% 급등했고 JW중외제약(001060)(8.56%), 일동제약(249420)(7.17%)도 불기둥을 그렸다. 이날 바이오·제약·바이오시밀러 업종 60개 종목 중 80%인 50개 종목이 상승 마감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가 재차 강화될 조짐을 보이던 중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점이 바이오주를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밤 미국 노동통계국은 6월 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0%로 5월의 4.0%에서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3월(2.6%) 이후 최저다. 시장 예상치(3.1%)도 밑돌았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다시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물가가 빠르게 안정세를 찾자 인상이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약 개발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 차입이 필수적인 바이오 업체들의 자금 조달이 더 수월해질 수 있다는 분석에 자금이 바이오주로 쏠렸다는 관측이다.
대형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개별적인 호재가 연달아 쏟아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상장 계열사(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의 합병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이날 셀트리온 3사는 각각 “사업 회사 간 합병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합병 주간사 선정을 완료했다는 내용도 함께 공시했다. 셀트리온 3사의 합병은 경영 효율성 및 회계 투명성이 극대화돼 글로벌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의 숙원 사업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가 미국 주요 의약품급여관리업체(PBM)에 등재를 마쳤다는 소식이 호재였다. 휴미라는 류머티즘 관절염, 소아 특발성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지난해 특허가 만료돼 이달 1일부터 하드리마를 포함해 8종의 바이오시밀러가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은 사보험이 주를 이루는 보건의료 체계를 가지고 있어 사보험사가 계약한 PBM에 의약품이 등재돼야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바이오주들은 기업가치상 개선된 부분이 많은 데다 금리가 낮아지는 방향에서 성장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면 주가가 언제든 오를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 개별적인 호재 역시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긍정적인 흐름이 강화된다면 언제든 추가 반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