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2월·4월·5월에 이은 4회 연속 동결이다. 수출 부진 등에 따른 경기 위축, 새마을금고 사태 등으로 인한 금융 불안이 여전해 사상 초유의 한미 금리 격차를 무릅쓰고 또다시 동결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3.5%로 묶었다.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 결정이다. 금통위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한 것은 소비자물가가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든 만큼 굳이 금리를 올려 하반기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근의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로 금융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도 금리 동결에 힘을 실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기저 효과로 8월 이후 물가가 다시 오르면서 올해 말 3%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며 “물가 목표(2%)에 수렴하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일축했다. 특히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과도한 시장의 기대를 우려한 듯 이날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6명 모두 기준금리를 3.75%로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남겨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수준이나 외환시장 변동성, 경기 연착륙 등을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보다는 경기로 초점이 바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금리 동결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는 1.75%포인트를 유지했다. 다만 25~26일(현지 시간)로 예정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한미 금리 차는 사상 초유인 2%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2%대 역전 폭이 현실화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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