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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인터뷰] “내려가는 데 겨우 3초…40대부터는 ‘회사 없는 삶’ 준비해야”

■‘어느 대기업 임원의 퇴직 일기’ 저자 정경아 前 신세계 상무

정경아 저자가 ‘퇴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금 있는 회사에 충성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구나 결국 ‘회사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퇴직 이후도 균형 있게 준비하라는 이야기입니다. 나이 마흔, 40대라면 회사와 조금씩 이별하며 사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어느 대기업 임원의 퇴직 일기(알에이치코리아)’ 저자인 정경아(54) 전 신세계그룹 상무는 13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저도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 밖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어요.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죠. 아니 여러 사람이 말해 줬지만 제가 듣지 않은 것이죠. 다른 분들은 제 이야기에 자극을 받았으면 합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퇴직 일기’는 저자 신세계그룹에서 출세가도를 달리면서 이 회사의 흔치 않은 여성 임원(상무)으로 ‘정상’에 섰다가 약 2년 만인 2019년 10월 퇴직하고 이후 학원, 스타트업 등을 거쳐 새롭게 재기하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정말 기존 직장에서 ‘독하게’ 일했다고 했다. 모두가 기피하는 적자 지점을 흑자로 전환시켰고 어렵다는 사업도 성공시켰다. 직장에서의 성공을 인생에서의 성공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도 조직의 논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임원이 된 후 1년 만에 “실적 부진”을 이유로 좌천이 되고 다시 1년 만에 회사에서 퇴장당했다. 마지막 회의에서 ‘그동안 애쓰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에 대해 그는 “올라가는 데 30년이 걸렸다면 내려가는 것은 겨우 3초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준비 안된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서 책은 절절한 사연을 전한다. “가장 어려움은 외로움이죠. 현실적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살까, 회사라는 보호막이 없이 혼자 어떻게 헤쳐나가나 막막했죠.”

‘대기업 출신이라는 배경으로도 다른 기업에 취업하기 어려웠나’는 질문에는 “다른 조직에서 2~3년 이용될 수 있지만 장기적이지는 않아요. 전직이 대기업 임원이든 중소기업 말단이든 준비가 안되면 다 똑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책 이름에 ‘대기업 임원’이 들어갔죠. 사회에서는 퇴직자가 이전에 뭐했는지 관심이 없어요. 현재의 능력이 어떤지만 관심이 있죠”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직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취약계층 청소년 교육이라든지 직장생활 노하우 강의 등 봉사로 돌파구를 마련한다. 최근에는 퇴직전문가로서 ‘퇴직일기’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다.

정경아 저자가 ‘퇴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저자는 지난 2021년 쓴 ‘독한 언니의 직장생활백서(바이북스)’에서 여성 직장인으로서 유리절벽을 뛰어넘은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신간 ‘어느 대기업 임원의 퇴직 일기’는 인생 후반전의 시작인 셈이다.

“누구나 퇴직을 합니다. 자발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거나, 회사에서 잘리거나, 그도 아니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죠. 지금 회사에 조금 덜 충성하는 대신 자신의 일을 조금 더 사랑하고 회사 밖 ‘나의 삶’의 존재를 안다면 ‘인생 2막’ 준비가 조금 덜 아플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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