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의 플러스 전환이 녹록지 않습니다. 수출이 이달에도 1년 전보다 15%(10일 기준)가량 줄어들면서 10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지난달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선 무역수지 역시 이달 23억 달러 적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 부진이 계속되면서 올해 누적 무역적자는 287억 41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정부가 근본적인 수출 체질 개선을 위한 ‘무역구조 대전환 전략’을 수립한다고 나선 이유입니다.
관세청이 발표한 이달 10일 기준 무역수지는 22억 7600만 달러 적자였습니다. 이달 수입액은 1년 전보다 26.9% 감소한 155억 4300만 달러,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한 132억 6700만 달러를 기록한 결과였습니다. 6월 반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적자의 늪에 다시 빠진 데다 지난달 같은 기간(14억 2700만 달러 적자)과 비교해도 적자 폭이 커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세종 관가 안팎에서는 여름철 전력 수요가 많은 7~8월 에너지 수입액이 늘면서 무역수지가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9월을 기점 삼아 무역수지 흑자 전환과 수출 성장률 플러스 전환을 함께 꾀한다는 방침이지만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수출입니다. 수출 부진의 양대 원인으로 꼽혀온 반도체 경기 부진과 대중 교역 위축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 이달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36.8%, 대중 수출도 20.6% 각각 감소했습니다. 전달인 6월 반도체 수출액 감소율이 28%, 대중 수출 감소율이 19%이었음을 감안하면 하반기 스타트부터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월간 기준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내림세, 대중 수출 역시 13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여기에 미국(-9.0%)과 베트남(-32.5%) 등 다른 주요 교역국의 수출도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승용차(25.2%)와 선박(74.0%) 등 올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업종이 이달에도 선전한 게 위안거리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중순께 화물연대 총파업이 끝나며 늘어난 수출 물량이 기저 효과로 반영돼 이달 초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 양상이 짙어지고 있는 중국 경제, 하계 에너지 수요 급증 등을 감안하면 수출이 언제 본격 회복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올 하반기 산업 정책의 핵심축도 ‘수출 경쟁력 강화’에 쏠려 있는 상황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하반기 주요 산업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수출이 조기에 플러스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각 시장별 ‘전략 수출 품목’을 선정하기로 했습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의 경우 전기차, 중동 지역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처럼 각 유망 시장에 맞는 품목을 선정해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로봇·바이오 등 유망 업종별 수출 경쟁력 강화 전략도 하반기 중 공개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부는 근본적인 수출 체질 개선을 위한 ‘무역구조 대전환 전략’을 수립한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주력 수출 산업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가 골자인데 구체적인 내용은 올해 말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종 관가의 한 관계자는 “수출 활성화와 관련해 쓸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돌파구 마련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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