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첫날 주가가 237% 급등한 필에너지에 대해 일부 개인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전환사채(CB)를 보유한 기관 투자가들이 유통 가능 주식의 절반 가까운 물량을 주식으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하면서다. 한국거래소의 새내기주 제도 개편 이후 주가 급등 분위기만 보고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예상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필에너지는 상장 당일인 14일 시간 외 거래에서 하한가(-9.95%)를 기록 10만 3200원에 마감했다. 상장 당일 주가는 공모가(3만 4000원)보다 237%(8만 600원) 급등한 11만 4600원을 기록했고, 장 중 한 때 13만2000원까지 올랐다.
시외 하한가로 떨어진 이유는 기관투자가의 CB 주식 전환 공시가 원인이다. 필에너지는 장 마감 직후인 오후 4시 16분 전환청구권행사 공시를 통해 160억 원 규모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CB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총 120만 29주로 전환가는 주당 1만 3333원이다. 상장일 또는 예정일은 이달 26일이다. 2021년 2월 23일 발행한 물량이다. 14일 시간 외 종가(10만 3200원)로 단순 계산 시 약 1078억 원의 평가이익을 얻을 전망이다. 이날 CB 전환을 공시한 에이피자산운용(105만26주)은 943억 원의 평가이익이 예상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거래소가 새내기주에 대해 ‘따상’(공모가 대비 2배 시초가 이후 상한가)과 같은 이상 현상을 막고자 상장 당일 최대 400%까지 가격 제한폭을 넓힌 뒤 주요 새내기주 주가는 급등한 바 있다. 시큐센(293%), 알멕(260%), 이노시뮬레이션(200%) 등은 상장일 이후에도 주가가 순항 중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필에너지가 삼성SDI라는 고객 겸 주주를 보유하고 있고, 향후 전망성이 큰 2차 전지 소재 사업이란 점에서 투자에 나섰을 수 있다. 하지만 상장 직후 락업 물량을 제외한 유통 가능 주식의 45.8%에 달하는 물량이 나오면서 주가는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기관 투자가가 주식 전환 이후 해당 물량을 시장에 전량 매도 한다면 주가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한 투자자는 “투자 설명서에 CB 전환에 대해 ‘1개월 내 전환 시’라고 예시했다”며 “상장 당일 전환 공시할 것이라고는 예상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물량을 기관 투자가가 실제로 바로 매도할지는 미지수인 만큼 주가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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