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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경보·차량통제 요청 외면한 지자체…골든타임 두번 놓쳤다

[전국 물폭탄]

◆ 오송 지하차도 '예고된 人災'

금강홍수통제소, 충주시 등 대상

오전 4시 이후 2시간 간격 조치

지자체선 "연락 못받았다" 부인

미호강 제방관리 부실도 원인으로

기후변화 따른 새 재난대책 시급

공군 제6탐색구조전대 항공구조사들이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사망·실종자를 포함해 11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충청북도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우경보가 발령되고 금강홍수통제소에서 도로 통제를 요청했음에도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 벌어진 참사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하 차도로 강물이 흘러들어온 미호강의 제방 관리 부실 문제까지 제기되는 등 재난 관리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하 차도 침수는 순식간이었다. 15일 오전 8시 40분께 미호강 제방이 무너지면서 약 6만 톤에 달하는 물이 600m 길이의 지하 차도를 3분 만에 가득 채웠다. 위험 감지를 할 새도 없이 빠르게 물이 유입돼 신속한 대응이 쉽지 않았다는 게 충청북도 등 관할 당국의 입장이다.

하지만 16일 서울경제신문이 오송에서 만난 지하 차도 사망·실종자들의 유가족들은 지하도의 침수 가능성에도 차량 통제를 하지 않았던 지자체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 한 유가족은 “이 건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며 “도청·시청 등이 제대로 도로를 통제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가 발생하기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 10분께 지하 차도 인근 미호강 지점에 대해 홍수경보를 발령했다. 지자체별로 매뉴얼이 다르지만 홍수경보가 발령되면 차량 통제 등의 조치가 마련돼야 한다. 상황이 더 심각해지자 통제소는 오전 6시 30분께 흥덕구청 등 관련 지자체에 차량 통제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흥덕구청 측은 통제소의 주장을 부정하고 있어 추후 책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전문가 역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흥덕구청과 청주시·충청북도 등 지자체의 책임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미호강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홍수경보가 내려진 상황”이라며 “홍수경보가 내려졌는데 왜 진입 통제를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강홍수통제소에서 지자체에 통제를 요청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면 분명히 지자체 잘못”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20년 7월 부산에서 지하 차도 침수로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후 폭우 시 지하 차도 차량 통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보도 자료를 통해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 차도에 자동 차단 시설을 설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강수량에 따라 자동적으로 지하 차도 진입을 막는 자동 차단 시설이 사고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에 설치됐다면 피해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충청북도는 부산 지하 차도 침수 사고 3년 뒤인 2023년에야 궁평2지하차도의 자동 차단 시설 설치를 위한 예산 7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청북도 관계자는 “진입 차단기 2개소, 도로 전광판 2개소, 비상 방송, 비상 전화기, 우회 안내 표지판 등을 합해 총 7억 원의 예산을 행안부로부터 교부받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충북도청 측에서는 자동차단기 설치 예산과 관련해 현황 파악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도청 측은 애초 해당 도로에 자동차단기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을 2021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신청해왔으나 예산이 반영되지 않다가 올해 6월에야 예산을 교부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올해 처음으로 예산을 신청했던 것이라며 17일 설명을 번복했다.

충청북도의 미호강 관리 부실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호강은 2022년 환경부에 의해 홍수 취약 하천으로 분류된 바 있다. 홍수 위험이 큰 상황에서 폭우가 예고됐음에도 도는 미호강 범람을 예상하지 못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궁평2지하차도의 직접적인 침수 원인은 행복청이 추진 중인 미호강 교량 공사 현장에서 제방이 유실되면서 강물이 지하도로 쏟아져들어온 것이다.

연이어 벌어지는 지하 차도 침수와 지방 하천 범람을 두고 정부가 홍수 예방 대책을 다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손민우 충남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예전에는 폭우가 50년에 한 번 왔다면 지금은 그 주기가 매우 짧아졌다”며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대책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원 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교수도 “기존의 재난 안전 대책으로는 달라진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을 대비하기 어렵다”며 “달라진 기후변화에 맞춰 근원적인 안전 조치, 기준, 설비를 도입해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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