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홈과 빌리코가 협업한 이후 보습제 ‘디어로렌’의 하루 평균 판매량이 30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빌리코가 제품 개발과 생산을, 앳홈이 마케팅과 유통을 맡은 결과 일궈낸 성과입니다. 각각 잘 하는 분야에서 확실한 시너지가 나고 있죠. 이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다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이상훈(왼쪽) 빌리코 대표와 양정호 앳홈 대표는 16일 서울 성동구 앳홈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확실한 고객층을 설정하고 제품의 효능을 알리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협업을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좋은 성과를 얻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습제 개발·생산 기업인 빌리코와 마케팅·유통 전문기업인 앳홈은 올 1월 손을 잡은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디어로렌의 5월 판매량이 4월 대비 507%나 급증했다. 현재는 물량이 모자라 아예 예약 판매로 전환했다.
사실 이 대표는 2018년 디어로렌을 출시하면서 국내 보다는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 롯데·신세계·신라면세점 등에 입점한 것도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에는 자신있었다. 자체 개발한 약물 전달 기술인 ‘스마트 나노 비클’(SNV)을 적용해 피부 흡수율을 높였기 때문. SNV는 바이오기업인 빌리코가 개발한 기술로 유효 성분을 모공보다 작게 만들어 각종 성분이 피부에 더 잘 침투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하지만 제품 출시 후 2년째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며 위기를 맞았다.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려 탈출구가 절실했다. 이 대표는 “2년간 회사의 모든 여력을 중국에 집중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위기를 넘기 위해서는 국내 판매가 절실한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빌리코는 국내 마케팅과 판매 경험이 전무했다. 국내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할 기업을 찾아 나섰지만 쉽사리 파트너를 구하지 못했다. 이 대표 스스로 세운 '진정성'이라는 협업 파트너의 기준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아토피를 앓고 있는 딸을 위해 보습제를 개발했고, 제품명에 딸의 이름인 ‘로렌’을 넣었다"며 “자녀의 이름을 따서 만든 제품인 만큼 수익만 추구하기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이 되길 원했는데 양정호 앳홈 대표가 이런 마음에 전적으로 공감해줘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앳홈은 가전제품부터 뷰티,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제품들을 마케팅하고 유통하는 회사다. 지난해 455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로 마케팅·판매 분야에서는 전문성을 높이 평가 받는 기업이다. 하지만 화장품 시장에 대한 경험은 없었다. 양 대표는 섣불리 시장에 진입하기 보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을 분석하고 마케팅의 방향성을 정하기로 했다. 그는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합성어)에 대한 연구 결과 디어로렌만의 장점을 알리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대표가 딸한테 직접 제품 테스트를 할 정도로 좋은 원료와 SNV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라는 점을 알리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디어로렌은 5월 말부터 4주 동안 자사몰에 아토피 증상이 호전됐다는 약 500건의 사용 후기가 올라올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았다. 양 대표는 “경험담들이 개인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유되며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빌리코는 국내의 성과를 기반으로 다시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0개국 이상과 판매 계약을 체결했고, 연내 미국 법인도 설립할 계획이다. 앳홈은 빌리코가 직접 진출하는 국가가 아닌 곳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다. 양 대표와 이 대표는 “고객과 제품에 대한 진정성을 목표로 협업을 결정한 만큼 ‘윈윈’을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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