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오송 지하 차도 참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대규모 인명 피해 한두 시간 전 112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사전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이유를 밝히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실은 이날 낸 보도 자료에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한 원인을 밝히겠다”며 이같이 전했다. 사전 위험 경고에도 현장의 안일한 대처로 피해를 키운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커지자 책임자들에게 응당한 책임을 묻고 동시에 당국의 재난대응체계를 점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 대한 교통 통제 등 사전 대처가 적시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배경을 규명하는 데 무게를 둘 방침이다. 국무조정실은 사고가 발생한 15일 오전 8시 40분보다 한두 시간 빠른 7시 2분과 7시 58분에 각각 ‘오송읍 주민 긴급 대피’ ‘궁평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바탕으로 충청북도 등 현장을 관할하는 광역·기초자치단체, 경찰·소방 당국에 들어온 모든 위험 신고와 후속 조치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 자료 확보에 들어간 상태다. 국무조정실 측은 “미호천 임시 제방 공사와 관련된 각종 행정 기록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감찰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원칙대로 엄벌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모든 관련 기관이 예외 없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며 “징계, 고발, 수사 의뢰, 제도 개선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충북경찰청도 15일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관련해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수사에 들어간다. 경찰은 당초 전담수사팀을 꾸려 진상 규명에 나서려 했으나 수사할 대상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전담수사본부로 규모를 키웠다.
한편 충청권과 남부 지방 등 호우 피해가 컸던 지역에 17~18일 물폭탄이 또다시 예고되는 등 장마가 멎지 않자 정부는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행정안전부·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국토교통부 및 지자체에 “조금이라도 위험 가능성이 있으면 사전 대피와 출입 통제 등 선제적 조치를 전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산지에 인접한 마을 또는 외떨어진 주택 등에 거주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대피 명령을 전면 발령하라”며 “지자체는 사전 대피를 위한 장소 확보, 편의 시설 설치, 각종 편의 제공 등에 빈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대피소 등으로 거처를 옮긴 주민이 1만 명을 넘어서자 피해 복구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군 당국은 이날 피해 복구, 수색 활동 지원에 군 장병 5600여 명, 굴삭기 등 장비 100여 대를 투입했다. 지난 주말 4700여 명의 장병과 170여 대의 장비를 급파했지만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지원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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