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세대 디자이너 송지오(사진) 송지오인터내셔날 회장이 이끄는 남성복 '송지오'가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진출한다. 한국 남성 디자이너가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파리에 단독매장을 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송지오는 2006년 파리패션위크에 진출해 17년째 참가하고 있는 대표 'K남성복' 브랜드다.
송 회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내년 파리에 단독매장을 열고, 한국의 하이엔드를 전 세계에 알릴 것"이라며 "양복에 한국의 전통과 품위를 담아 세계화 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180여 년 전통의 프랑스 패션학교인 '에스모드 파리' 출신인 송 회장은 1993년 패션 브랜드 송지오를 만들었다. "남자가 무슨 디자이너냐"는 편견을 깨고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선보여 K패션 세계화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지오는 현재 이탈리아·아랍에미리트에 진출해있으며, 다음 달 프랑스 쁘렝땅백화점 입성을 앞두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내년에 파리 중심가에 단독매장을 열고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현재 파리에서 단독숍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디자이너는 우영미, 문영희 씨뿐이다.
대표 남성복 디자이너지만, 송 회장은 여성복으로 패션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남성복은 대기업 패션, 여성복은 창작 패션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패션 1번가였던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며 이름을 알렸지만, IMF 사태를 계기로 쓴 맛을 본 송 회장이 재기를 위해 선택한 게 남성복이었다. 송 회장은 "당시 적은 자본으로 쉽게 일어날 수 있어 남성복을 택했지만, 결과적으로 '도령'이라는 콘셉트로 한국의 미를 잘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도령 이미지는 송지오의 뮤즈로, 한복을 연상케 하는 바지 디자인이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브랜드 다각화에도 나선다. 송지오뿐 아니라 컨템포러리 송지오 옴므·지제로, 캐주얼 지오송지오를 통해 10대부터 70대까지 폭 넓은 고객들이 찾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브랜드의 총 매출은 지난해 900억 원을 넘어섰고, 내년 10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아들인 송재우 송지오인터내셔날대표가 해외사업을 총괄하며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송 회장은 "잔잔함이 특징인 K패션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번 퍼지면 물결이 오래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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