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예상치 1.5%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전망치(1.4%)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ADB는 한국이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대만·싱가포르보다도 낮은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경기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ADB는 이날 발표한 ‘2023년 아시아 경제전망 보충’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ADB는 수출 감소와 민간소비, 투자 부진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3%에서 1.5%로 크게 내린 뒤 올 4월까지만 해도 유지했지만 수출 회복이 더디자 다시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ADB가 제시한 1.3%는 일부 민간 기관을 제외한 국내외 주요 기관의 예측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OECD와 IMF·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올해 한국 성장률을 1.5%, 기재부와 한은은 1.4%로 각각 전망하고 있다.
ADB까지 성장률 전망을 끌어내리면서 정부의 상저하고 경기 전망과는 달리 하반기까지도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수출 증감률은 지난달까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뒷걸음질 치고 있다.
주변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 경제의 약세가 뚜렷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49개국 중 일본·호주·뉴질랜드를 제외한 46개국의 성장률을 분석하는 ADB는 올해 중국과 홍콩이 각각 5.0%와 4.7%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대만과 싱가포르는 1.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가장 낮은 셈이다. ADB는 올해 아시아 지역 성장 전망치는 기존 4.8%로 유지했다. ADB는 “아시아 지역 경제는 중국의 경기회복과 견고한 국내 수요 등 상방 요인과 수출·산업활동 둔화 등 하방 요인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ADB는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0.3%포인트 끌어올린 3.5%로 내다봤다. 에너지·식품 가격 안정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물가 상승률도 2.5%로 0.5%포인트 올렸다. 반면 올해 아시아 지역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공급 측면의 상승 압력 완화 등을 반영해 3.6%로 0.6%포인트 내렸다.
정부는 앞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정책 기조를 ‘물가 안정’에서 ‘경기 부양’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지면서 점차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정부는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3.5%에서 3.3%로 낮춰 잡았다. ADB의 전망과는 정반대 행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미국의 긴축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먼저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없는 만큼 당분간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경기도 단기간 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며 “U자 형태의 완만한 반등은 몰라도 V자 형태의 빠르고 강한 반등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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