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등에 시동을 걸고 있던 LG디스플레이(034220)에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매도’ 보고서가 제동을 걸었다. 국내 증권사들이 업황 회복을 근거로 ‘매수’ 의견을 유지했지만 골드만삭스는 회의론에 무게를 실으며 온도 차를 보였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전일보다 0.67% 내린 1만 4930원에 장을 마쳤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이달 11~14일 나흘 연속 상승세를 탔지만 17일을 기점으로 하락세다.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지난달 19일보다는 13%나 빠졌다.
주가 하락의 방아쇠는 골드만삭스가 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는 17일 매도 보고서를 내고 목표주가는 1만 2000원으로 현 주가보다 21% 낮게 제시했다. 골드만삭스의 시각은 국내 증권사들과 대비된다. 실제로 국내 증권가는 LG디스플레이에 대해 단 한 곳도 매도 의견을 내지 않고 긍정적 시각을 유지 중이다. 목표주가도 1만 4000원에서 2만 원대로 골드만삭스가 제시한 가격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골드만삭스는 2분기 적자가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적자가 7530억 원에서 9350억 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LG디스플레이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비중을 줄이면서 최근 시황 회복의 온기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짚었다. 주력 사업으로 부상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도 핵심 고객사인 LG전자의 출하량 감소로 같은 기간 324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국내 증권사들도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본다. 다만 중장기 실적에 대한 시각에서 차이를 보였다. 국내 증권사들은 3분기부터 OLED 실적이 크게 개선되며 4분기에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에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하는 점도 적자 탈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봤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의미 있는 반등을 이뤄낼 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올해 영업손실 추정치를 2조 3620억 원으로 예상했다. 이전 추정치보다 14%나 큰 규모다.
골드만삭스의 보고서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이 보유한 세일즈 역량 덕이다. 전 세계 연기금·공제회·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주식 세일즈에 나서면서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로 보고서가 나온 후 사흘간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9억 9300만 원, 9억 2900만 원씩 팔아치우며 주가를 끌어내리는 데 한몫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발간하는 리포트가 매수 일색인 것도 외국계 증권사의 파급력을 강화시킨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수 추천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어쩌다 나타나는 매도 보고서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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