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모델Y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서둘러 3대를 주문했습니다. 한 대만 필요하지만 모델Y 인기가 많아 올해 안에 못 받을까 걱정돼서요.”
테슬라가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모델Y 후륜구동(RWD)을 국내 공식 출시한 14일에 직장인 정모씨는 모델Y 3대를 온라인으로 계약했다. 대당 계약금이 300만 원이다. 정모씨는 “같은 차종이라도 옵션에 따라 출고 시기가 달라진다”면서 “최대한 빨리 차를 인도 받아야 전기차 보조금을 수령하기가 수월하다”고 귀띔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모델Y RWD가 국내 출시 직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감지되는 분위기는 ‘주문대란’을 방불케 한다. 일각에서는 주문번호를 근거로 주문량이 1주일도 안돼 1만대를 훌쩍 돌파했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판매량이 공개되진 않지만 이미 올 3분기 중 고객에게 넘겨줄 수 있는 물량보다 주문 규모가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모델Y의 예상 인도 시점은 8~9월 중이었지만 고객 다수는 10월 이후 차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코리아 측은 출시 첫날인 14일 당일에 계약한 고객에 한해 3분기 인도 희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차후 주문한 고객에게는 4분기에 인도 받을지 여부를 물어보기로 했다.
모델Y의 인기 요인은 무엇보다 가격이다. 테슬라코리아는 보조금 지원과 할인 혜택을 적용해 4000만 원 후반대 또는 5000만 원 초반대 가격에 모델Y를 구매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모델Y의 공식 판매가는 5699만 원으로 정부가 정한 보조금 100% 적용 기준 가격(5700만 원)을 충족했다. 아직 국고보조금 산정 작업이 끝나지 않았지만 지자체 보조금을 합하면 총 지원 규모는 700만 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모델Y의 실구매가는 경쟁 차종인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에도 견줄 만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아이오닉5(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 2WD 기준)는 서울에서 보조금 지원을 받아 4550만 원에 구매가 가능하다. 모델Y RWD 가격이 대략 300만~400만 원 비싼 셈이다. 테슬라가 기존에 판매했던 모델Y 퍼포먼스가 아이오닉5보다 4000만 원이나 비쌌던 점을 고려하면 가격 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테슬라는 값싼 모델Y를 선보이기 위해 중국산 카드를 꺼냈다. 기존에 국내에서 팔리던 테슬라 차량은 모두 미국산으로 중국산 제품은 모델Y RWD가 처음이다. 테슬라는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조달해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모델Y RWD를 제조한다.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지만 화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델Y RWD는 주행 보조 기능인 오토파일럿을 기본 탑재하는 등 무난한 성능도 갖췄다.
테슬라는 이번 모델Y 출시를 계기로 한국에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테슬라는 올해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판매량(신규 등록 기준)은 2021년 1만 7826대, 2022년 1만 4571대에서 올 상반기 3732대로 감소 추세다. 국내 수입차 순위도 지난해 5위에서 올해 9위로 밀렸다.
현대차그룹은 테슬라의 절치부심에 긴장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한 와중에 테슬라가 공격적인 판매 공세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기준 64%에서 올해 상반기 14%로 크게 꺾였다. 아이오닉5와 기아(000270) EV6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0% 감소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국내 최대 수입 전기차 브랜드로 다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한국에서 지속 확장하려면 서비스센터나 고객센터 확충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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