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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만 지면 AI 추격국 전락…미래 이끌 '룰 세터' 돼야"

‘AI 강의’ 펴낸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우리 삶 바꿀 '대화형 AI 규율' 시급

소수 엘리트 손에만 맡길 순 없어

AI 리터러시와 경쟁력 끌어 올려

후발주자 벗고 새로운 길 닦아야

'AI 제대로 알자' 취지로 책 출간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이 서울 마포구 한빛미디어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인간의 마음과 정신을 대체하는 혁명적 변화를 불러올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AI에 관해 알고 있는 게 얼마나 될까요. AI는 대체 무엇이고, 왜 이런 현상을 일으키며, AI로 인한 파급효과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그래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함께 공유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작 ‘눈 떠보니 선진국’으로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오피니언 리더로서 자리매김한 박태웅(사진) 한빛미디어 의장이 최근 ‘박태웅의 AI 강의’라는 직설적인 제목의 책을 냈다. AI가 뭔지 제대로 알려줄 테니 함께 공부하자는 취지가 선명하게 담겼다.

박 의장은 KTH·엠파스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오래 일했으며 2021년 정보통신 분야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동탑산업훈장을 수여하는 등 국내 대표 IT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AI에 관해서는 꾸준히 관심이 있었는데 특히 챗GPT의 등장을 보며 정말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났다고 느꼈다”며 “지금 무슨 엄청난 일이 벌어졌는지 나부터 먼저 파악하고 알리자는 생각에 고3 수험생으로 돌아간 듯 열심히 공부해 내놓은 결과물”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첫 등장한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는 우리 삶의 형태를 송두리째 바꿀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 의장 역시 AI 시대에 나타날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 사회가 AI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어떤 제도와 규율이 필요할지에 대해 제대로 합의하지 못한다면 1차 산업혁명 못지않은 혼란과 희생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 사회는 AI 시대가 불러올 ‘초고도 생산성의 시대’에 대한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다는 게 박 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AI를 통한 자동화로 생산성이 끔찍하게 높아질 신발 공장을 예로 들며 “그래도 사람의 다리는 결국 두 개뿐인 상황에서, 실직한 노동자와 산처럼 쌓인 신발 재고가 어떤 비극을 불러올 것인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AI와 로봇이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해버리면 우리 인간은 뭘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대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AI 리터러시(문해력)’ 부족이 일으킬 수 있는 윤리·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비도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박 의장은 “AI 혁명이 인류사적 사건이라는 걸 부인하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며 “그런데 우리는 이처럼 인류의 운명을 결정짓는 거대한 변화를 AI에 통달한 슈퍼 엘리트 몇 명에게만 맡겨두고 있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GPT4 모델로 넘어가면서 학습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고 있기에 AI 알고리즘 안에 어떤 편견과 오류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지 우리가 알 방법조차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의장은 “AI는 인간의 정신을 건드리는 일이기에 철학·심리학·법학·인류학·사회학 등 범학제적인 연구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많은 전문가들이 IT를 잘 모른다는 이유 하나로 뒤로 물러선 상황”이라며 “사회적으로 AI 리터러시 수준을 높여 전 인류적인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은 또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 사회의 AI 리터러시를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챗GPT와 같은 거대 언어 AI 모델이 대세가 되는 상황에서는 인터넷에서 존재감이 약한 언어, 예컨대 소수민족의 언어 같은 것이 부유한 나라의 언어(영어)에 납작해져 버릴 우려가 있다”며 “언어 데이터가 담고 있던 한 사회의 문화나 관습·역사 등도 함께 존재감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등 AI 빅테크 기업의 우선순위가 강자가 아닌 약자에 맞춰지리라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한국 웹 생태계의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우리나라, 우리 기업들의 AI 생태계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국가적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AI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새로운 룰을 만들 때까지 마냥 기다리겠다는 지금 태도로는 옛날과 같은 후발 추격국의 자리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고속도로 맨 앞을 달리는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길을 닦으면서 나아가겠다는 각오가 필요하죠. 우리에게 필요한 AI의 정의와 규범을 스스로 세우고 답을 내릴 수 있는 ‘룰세터’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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