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이 하루 평균 5000억 원 이상 늘었다. 올해 5월부터 은행 예적금 잔액이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속도가 더 빨라지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권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확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은행 예적금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것과 함께 시중은행과 비은행 금융기관의 예적금 금리 차가 좁혀진 것을 이유로 꼽는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 예적금 잔액은 이달(19일 기준) 들어 1영업일 평균 5079억 원씩 늘었다. 올 들어 4월까지 줄어들기만 하던 이들 은행 예적금 잔액은 5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올 5월 3577억 원이었던 1영업일 평균 예적금 증가액은 지난달 4355억 원으로 21.7% 늘어나더니 이달에도 16%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유입세를 고려하면 이달 말까지 4대 은행 예적금 잔액 증가액은 1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4대 은행 예적금 잔액은 이달 말께 687조 원을 넘어서 지난달 썼던 월말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다시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에서는 예적금 잔액 증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말을 한다”며 “무슨 이유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에는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 단위 농협,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의 건전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 시기와 은행 예적금 잔액이 늘어난 시점이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신협·상호금융·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은 올 들어 4월 처음으로 줄어들기 시작했고 감소세는 5월에도 이어졌다. 이들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여겨지는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이 유입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시중은행 금리와 비은행권 예금 상품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최근 은행으로의 자금 유입 속도가 빨라졌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4대 시중은행의 은행 정기예금금리(1년 만기 기준)는 3.7~3.73% 수준으로 최고 4%대 초반의 신협이나 농·축협, 평균 4.01%인 저축은행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때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지만 현재는 상당히 좁혀졌다”며 “예금 고객들은 안전을 지향하는 성향이 강한데 상호금융이나 저축은행에 굳이 예금을 넣어둘 필요를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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