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가격이 올해 들어 11%나 오르는 등 여름 밥상 가격이 크게 뛴 가운데 하림이 지난 18일 종란 240만 개를 수입해 농가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림은 이를 통해 10월께부터는 닭고기 공급량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닭고기 할당 관세 물량 3만t(톤)을 다음달 중 전량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닭고기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최근 이어진 집중 호우로 닭고기 약 74만 마리가 폐사하고, 육계용 사료 가격이 평년을 크게 웃도는 등 변수도 여전히 남아있다.
닭고기 소비자 가격 6개월 사이 11.1%↑
22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닭고기 1㎏당 월평균 소비자 가격은 올해 1월 5794원에서 지난달 6439원으로 11.1% 뛰었다. 닭고기 1㎏당 소비자 가격은 2월 5917원, 3월 6014원, 4월 6156원, 5월 6397원으로 올해 들어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최근 이어진 인건비와 원부자재비 상승이 닭고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지만, 무엇보다 수급 불균형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초 AI(조류독감) 발병으로 닭 515만 마리가 살처분 되는 등 닭고기 공급이 크게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것이다.
닭고기 시장은 개별 공급 기업이 독과점의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가격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국내 닭고기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하림도 점유율이 31% 수준인 데다가, 닭고기 가격이 오를수록 수입산 닭고기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닭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자 21일 닭고기 할당 관세 물량 3만t을 들여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건비와 원자재비 등이 아무리 많이 올라도 닭고기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개별 공급업자들은 그 가격에 닭고기를 팔 수밖에 없다.
닭고기 수급-생산 계획 ‘1년 5개월 시간 차’
이 때문에 개별 공급업체들은 닭고기 출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보다 공급량을 늘리는 게 훨씬 유리하고 또 시장적이다. 하지만 닭고기는 공산품과 달리 필요에 따라 생산량을 유동적으로 조절하기 힘들다. 원종계(Grand Parents Stock) 사육에서부터 닭고기 가공·포장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육종 기업으로부터 원종계를 들여와 종란(Parents Stock) 부화 과정을 거쳐 닭고기가 생산 까지는 51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닭고기 공급업체들이 1년 반 뒤의 수급 동향을 내다보고 공급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하림이 최근 종란 230만 개를 수입해 사육 농가에 공급하겠다고 한 것은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종란을 수입해 닭고기를 생산하면 55일 정도가 소요된다. 약 450일 정도의 시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하림은 이 덕분에 10월께부터는 닭고기 공급이 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닭고기 가격 뛸수록 수입산 닭고기 공급↑
정부는 지난 13일 닭고기 가격 안정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달라며 닭고기 공급업체들에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하림이 닭고기 공급을 늘리는 유인이 하나 더 있다. 국내산 닭고기는 공급의 가격탄력성이 낮지만 수입산 닭고기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 닭고기 가격이 오르면, 닭고기 수입업체들은 브라질, 태국, 미국 등의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닭고기를 들여올 수 있다. 닭고기 가격이 올랐다고 국내 업체들이 공급량을 바로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닭고기 가격 상승이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도 마냥 달갑지 만은 않다는 뜻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닭고기 수입량은 2018년 12만 5556t에서 지난해 18만 8301t으로 5년 사이 50%가량 늘었다. 닭고기 자급률은 2021년 87.4%에서 지난해 83.3%로 크게 떨어졌다. 소고기의 자급률은 39.7%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하림이 원종 240만 개를 들여오고, 정부가 최근 할당 관세 물량 3만t을 들여오겠다고 발표한 만큼, 10월께부터는 닭고기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어진 집중 호우로 닭고기가 폐사하는 등 변수도 남아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7월 10~19일 호우로 인한 농업 분야 피해 현황'에 따르면 호우 기간 전국에서 닭이 73만 8800마리가 폐사했다. 아울러 육계용 배합 사료와 병아리 가격이 평년보다 각각 20%, 10%가량 뛴 점도 가격 상승 압박을 부추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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