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자산 시장의 주요 전환점은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5월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의 급등이었다. 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통화량이 다시 늘어나는 등 두 사건 모두 미국 자산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하반기 최대 호재는 안정적 소비와 고용 상황이지만 향후 전망은 나뉜다. 미국의 경우 물가의 재상승 가능성이 남아 있어 기준금리 인상의 종료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의도하고 있는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생산과 소비가 위축돼 기업 실적과 주요 자산군의 수익률이 악화된다.
미국의 주요 경기 지표인 소비와 산업 생산, 주택 및 노동 시장 관련 데이터는 아직은 높지 않은 경기 침체 위험을 시사한다. 다만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 올해 경기 침체가 오지 않더라도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시장의 바람은 경기 침체가 와도 실질 성장과 고용에 별 영향을 주지 않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가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른 결과에 그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2년 물가상승률이 치솟아 기업 매출은 늘었지만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가격 인상이 어려워졌고 인건비 등 원가는 상승해 결국 고용 감축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으로 하반기 소비가 계속 약해지면 결국 실질 성장과 고용에 악영향을 주는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
올해 가장 큰 실망을 주고 있는 중국은 여전히 추가 부양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정책금리를 소폭 인하하고 전기차 구매 시 세금 감면 혜택을 2027년까지 연장했다. 향후 부양책은 건설업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온건하고 목적성을 띤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증시에 주는 긍정적 영향이 작고 전 세계 원자재 가격의 강세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여전히 물가가 높아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도 당분간 이어진다. 반면 일본은 하반기에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는 비둘기파적 입장을 유지했지만 장·단기 금리 곡선 통제정책을 완화하거나 포기하고 국채 금리가 상한선 이상으로 상승하도록 하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책 변화는 금리 인상과 엔화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 달러화는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의 정책 기조가 지속되면 향후 더 약세를 보일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에는 호재로 작용한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 달러 가치가 다시 상승할 수 있고 신흥국 자산의 수익률이 저조해질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달러 약세는 반갑지만 기간은 짧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지만 12개월 내 발생 확률은 여전히 높고 이 경우 자산 가격의 하락과 달러 강세로 신흥국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높은 금리와 우호적 투자 환경을 누리면서도 자산 배분을 통해 경기 침체 위험을 회피할 방안을 미리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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