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는 신성한 동물로 여겨지는 소 떼가 도로에 수시로 출몰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희 인도 연구소는 소를 인식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만들었습니다.”
윤팔주 HL클레무브 대표는 인도를 사례로 들며 “자율주행 기술은 각국의 도로 체계, 법률, 교통 문화, 기후 등의 상황을 고려해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HL클레무브가 글로벌 주요 거점에 연구소를 두고 지역별 맞춤형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HL클레무브는 지난해 3월 인도 벵갈루루에 연구소를 설립한 데 이어 7월에는 중국 쑤저우에, 올해 1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연구 거점을 구축했다. 출범 1년 만에 한국을 포함한 4개국에 연구 거점을 확보한 것이다.
글로벌 연구소는 지역에 특화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며 현지 완성차 업계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윤 대표가 언급했듯이 벵갈루루 연구소는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소와 같은 동물을 구분하는 인지 기술을 개발했다. 현지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기술을 내놓자 인도의 유명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HL클레무브와 자율주행 기술 도입 계약을 맺었다. HL클레무브는 인도의 자율주행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기술의 현지화는 수주 성과로 이어졌다. HL클레무브의 지난해 수주액은 약 2조 90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해외 수주액이 65%인 1조 90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기간 신규 해외 고객사만 7곳을 유치했다.
가장 최근 문을 연 실리콘밸리 연구소는 미국 고객사를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현지에 거점을 둔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업과의 협업 기회도 모색하고 있다. 이미 올해 초 열린 ‘CES 2023’에서 HL클레무브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소나투스’와 차세대 전장 아키텍처 관련 기술을 함께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표는 “투자나 협업 기회를 찾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뒀다”며 “올해 말 가동을 시작할 멕시코 공장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HL클레무브는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본사가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서도 협업 파트너를 찾고 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에는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기업과 가능성으로 무장한 스타트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윤 대표는 “모든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혼자서 꾸려나갈 수는 없다”며 “핵심 역량을 내재화하면서도 윈윈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고 있다. 현재 일부 업체와는 협업이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협업의 범위는 자동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움직이는 모든 모빌리티에 자율주행 솔루션을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이 윤 대표의 복안이다. HL클레무브는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플랫폼 뉴빌리티와 로봇 배송 서비스를 대중화하기 위해 손을 잡기도 했다. 윤 대표는 “HL클레무브가 꿈꾸는 ‘이동의 자유’를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에 구현해나가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신사업 전문 조직을 갖춰 로봇·선박·물류·산업용으로 자율주행 사업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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