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로 시끄럽지만 방사선을 잘 활용하면 기술 패권 시대에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헬스, 농업, 국방 우주 등에서 ‘브레이크스루(돌파구) 기술’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충할 수 있습니다.”
정병엽(54·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장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태동한 천연물 기업인 콜마비앤에이치가 시가총액 5000억 원을 기록하는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7개의 연구소 기업을 키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소장은 일본 도쿄대에서 생물재료학 박사를 받고 미국 워싱턴주립대에서 박사 후 연구원 과정을 거친 뒤 방사선 연구에 매진해 연구소 기업을 창업하는 등 기술 사업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 소장은 “흔히 X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 같은 영상 진단, 검역, 멸균 등 1세대 방사선 기술은 성공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여전히 방사선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며 “하지만 방사선을 쪼여 분자구조를 바꿔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창업한 회사로는 잔디에서 추출한 물질 ‘메이신’에 방사선을 쪼여 근육 이완제, 당뇨·치매·탈모·아토피 치료제, 화장품을 개발하는 바이오메이신 등이 있다. 그는 “정부 출연 연구 기관 중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연구소 기업의 경우 연구소의 기술을 외부 벤처·스타트업에 이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때 연구소는 연구소 기업으로부터 30%의 지분을 받는다.
정 소장은 “첨단산업 등 각 분야에서 패러다임을 바꿀 연구개발(R&D) 성과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일조하겠다”며 “2세대 방사선 융합 기술의 실패를 교훈 삼아 3세대 대체 불가 방사선 강점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방사선 표적 치료와 개인 맞춤형 치료 예측 기술, 방사선 분자 변환 기술 등 2세대 기술은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지만 3세대로 넘어가면 전고체 2차전지와 고성능 전력 반도체 및 내방사선 반도체 등 첨단산업, 비파괴검사, 개량 신약·백신 등 바이오헬스까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기대다.
국방 분야에서도 토양 내 표적 물질 탐지 원천 기술 개발을 통한 지뢰 탐지, 초소형 방사선 시각화 장비 개발을 통한 핵전쟁과 발전소 누출 사고 시 지휘부와의 통신 유지 등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축산 농장의 환풍기에 있는 미생물의 방사선을 조사하는 식으로 미래 바이러스나 세균 예측도 가능해지고 안정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의 국제 이동 경로 추적도 원활해지게 된다.
정 소장은 “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분원, 안전성평가연구소 분원이 인근의 첨단산업 단지와 함께 산학 협력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는 한편 앞으로 기술 사업화 성공 모델을 많이 만들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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