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본 주 4일 재택근무’라는 파격적인 근무조건을 내걸고 인재 확보에 나섰던 NHN(181710)클라우드가 9월부터 재택 근무제를 종료하고 ‘주 4일 출근제’로 전환한다. 임직원 간 소통·협업 강화가 표면적인 이유지만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악화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1년 6개월도 안 돼 당초 약속과 달리 근무방식이 변경되면서 직원들로부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NHN클라우드는 오는 9월부터 주 4일 재택근무제를 종료하고 주 4일 사무실 출근과 금요일 원격근무제를 도입한다. NHN클라우드 관계자는 “최근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과 임직원 수 확대에 따라 강력한 협업을 이끌어내기 위해 오피스 기반 근무로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회사 방침에 대해 직원들은 불만이다. 특히 회사와 거리가 먼 지역에 거주하는 직원의 경우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인근에 본사가 있는 네이버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7월부터 직원이 자유롭게 근무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제도인 ‘커넥티드 워크’를 도입해 주 5일 재택 근무도 가능하다. NHN클라우드 관계자는 “사내 구성원들 대상으로 개편안과 일정 등을 두고 계속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며 "출퇴근 거리 변경으로 오피스 출근 유예가 필요한 인력을 조사하는 등 직원들과 공감대 형성에 나서기도 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4월 NHN으로부터 분리돼 독립한 NHN클라우드는 코로나 엔데믹에도 주 4일 재택근무를 지속 시행하겠다며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섰다. 지역 거점별 데이터센터 건립과 동남아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며 국내외 사업 규모를 키우던 때였다. 같은 시기에 분사한 KT클라우드가 신입 채용뿐 아니라 스톡옵션을 내걸고 대규모 경력직 공채에 나서며 NHN클라우드와 인재 영입 경쟁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NHN클라우드의 저조한 경영 실적과 클라우드 시장 경쟁 심화가 근무제 전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4월 출범 후 연말까지 9개월간 매출 1172억 원, 영업손실 78억 원을 기록했다. 최근 김해 NHN 데이터센터 건립이 건설사와 공사비 갈등을 겪으며 사실상 무산되는 악재도 있었다. 올해부터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등급제가 시행되며 아마존웹서비스(AWS)·마이크로소프트(MS)·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사업자(CSP)와 공공 시장에서 경쟁도 펼쳐야 한다.
NHN클라우드는 올해 2000억 원 매출을 목표로 내걸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공공 부문 클라우드 전환 시장 점유율이 39%로 국내 선두다. 공공·금융 시장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고 일본·미국·유럽 등 해외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김동훈 NHN클라우드 공동대표는 지난달 열린 기술 콘퍼런스에서 “정부의 클라우드 전환 예산이 축소되는 등 대외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예정된 고객사들이 많다”며 "지난해에는 인원을 20% 늘리는 등 인력 투자로 손익분기점(BEP)을 맞추지 못했지만 올해 연말 BEP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