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벤처·스타트업 대상 투자가 줄어든 가운데 식품·금융·유통 등의 감소폭이 유난히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50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이 몰려 주목 받았지만 올 들어서는 자금 투자가 뚝 끊긴 모습이다. 올 들어 이 분야의 선두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돌입하거나,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업계 1위 기업들마저 위기를 겪으면서 후발 주자들에 대한 투자도 뒤따라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식품·농업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94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84.4%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금융·보험 스타트업 대상 투자도 1901억 원에 그쳐 77.3%, 물류·유통 스타트업 투자 역시 2156억 원으로 69.2% 급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집계한 18개 산업군의 평균 투자 감소율인 65.5% 보다 훨씬 더 큰 폭으로 투자가 쪼그라든 것이다.
식품·농업·금융·보험 분야의 공통점은 선두 스타트업들이 올 들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식품·농산업 분야 대표 주자인 애그테크(농업 기술) 기업 그린랩스는 올 초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한 때 8000억 원으로 잠정 평가받은 기업가치 또한 하락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린랩스는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 ‘팜모닝’ 사업과 스마트팜 솔루션, 스마트팜 농산물 도매 플랫폼 ‘신선하이’ 등에 주력했지만 도매 플랫폼 사업에서 미수 채권이 발생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팜 솔루션 등 다른 사업 또한 기대 만큼의 성장성을 보여주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실내에 식물 생장을 돕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온·습도 제어 시설 등을 설치해 농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은 기후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365일 24시간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초기 구축 비용이 크다는 한계 또한 갖고 있다. 중동 다수 국가에 스마트팜 플랜트를 수출하는 등 해외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애그테크 기업 넥스트온의 최재빈 대표는 올해 중순 강원 태백시 스마트팜 준공식에서 “구축 비용을 생각했을 때 아직은 스마트팜이 보편화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보험 산업에서는 유명 핀테크 기업 뱅크샐러드가 올 2월 전체 인력의 1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난해 6월 기업가치 6000억 원을 인정받고 1350억 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한 지 8개월 만이다. 유통·물류 산업에서는 쿠팡을 잇는 대표 유통 스타트업 컬리가 기업공개(IPO)를 미루기도 했다. 한 때 4조 원 수준이었던 잠정 기업가치는 1조 원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기업 가치를 낮춰 투자 유치를 받은 한 유통 스타트업의 창업가는 “선두 기업이 흔들리면서 유통 기업 수익성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의구심이 커졌다”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