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예상대로 ‘베이비스텝(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역대 최대 폭이던 한미 금리 격차는 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다만 한미 간 금리 차 확대에도 국내 외환시장은 차분하게 반응했다. 한국은행은 원화 가치 급락이나 대규모 외국인자금 이탈과 같은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지금의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2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25~5.50%로 0.25%포인트 올리면서 한국(3.50%)과의 금리 격차는 기존 1.75%포인트에서 2.00%포인트로 커졌다.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초유의 한미 금리 차가 일어났지만 한은은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5월 초 한미 금리 차가 1.75%포인트로 벌어진 이후에도 외국인 증권(채권·주식) 투자금이 5개월 연속 순유입을 이어가는 데다 원화 가치 역시 안정세를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직후 국내 외환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60원대까지 내려갔다가 전일 대비 3.2원 오른 1277.7원에 마감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한미 금리 차의 확대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있지만 외국인 투자와 환율, 외화자금시장 모두 양호한 상황”이라며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필요 시 시장 안정 조치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추가 금리 인상의 불씨를 남겨둔 만큼 한은도 경계심을 늦추기 힘든 상황이다. 8월 FOMC 회의가 없는 연준이 9월 재차 금리를 올려 금리 격차가 2.25%포인트까지 벌어질 경우 환율 급등이나 급격한 자본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한은은 다음 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금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9월 FOMC 결과를 확인한 뒤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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