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000150)이 전 세계 그래픽처리장치(GPU) 1위 기업인 엔비디아에 ‘인공지능(AI) 가속기’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적층판(CCL)을 공급한다. AI 가속기는 특정 소프트웨어의 AI 연산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반도체를 뜻한다. 이번 수주에 따라 두산이 하이엔드급 CCL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엔비디아가 제조하는 신형 AI 가속기용 CCL 양산에 착수했다. 실제 공급은 8월 이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이 대형 인쇄회로기판(PCB) 제조회사를 통해 CCL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AI 가속기 제품에 두산 소재가 쓰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거래는 장기간 공급이 원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산 역시 중장기적인 먹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CCL은 PCB의 핵심 소재로 크게 동박층과 레진, 보강기재가 결합한 절연층으로 구성되며 스마트폰, 반도체, 통신 장비, 자동차 전장 등에 쓰인다. 이 중 CCL과 PCB의 성능을 결정하는 것은 레진의 배합비다. 두산 전자BG는 50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레진 배합비 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두산이 생산하는 CCL 제품은 △패키지용 CCL △통신 장비용 CCL △연성 CCL(FCCL) 등이 있으며 이번에 공급하는 CCL은 패키지용 하이엔드 제품이다.
두산 전자BG는 CCL 시장 성장세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설비 투자를 대거 확대하고 있다. 이에 CCL·패턴플랫케이블(PFC) 등 전자BG 사업 확대를 위해 2020년 120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액을 지난해 500억 원 안팎까지 늘렸다
이 같은 투자는 최근 실적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고부가 제품인 하이엔드 소재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용(PKG), 5세대(5G) 네트워크용(NWB), 연성동박적층판(FCCL) 등 하이엔드 제품 매출 비중은 지난해 하반기 66%에서 올 하반기 69%로 오를 것으로 두산은 자체적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두산 전자BG 지난해 2분기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 1분기 1702억 원까지 떨어졌으나 2분기에는 2103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하반기 전자BG 부문 매출액은 489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성장세에 고용량 데이터 처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더 빠른 작업의 수행을 돕는 AI 가속기용 CCL의 중요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이엔드 CCL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선택을 받은 것은 이 분야 1등 제품임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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