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사태가 발생한 지 약 4년이 지났지만 부실 사업장을 정상 투자처로 속이고 펀드 자금을 유용하는 사모 운용사들의 위법행위가 여전히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앞으로 투자자에 피해를 유발한 운용사와 임직원을 시장에서 즉시 퇴출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 제도를 추진하기로 했다.
1일 금융감독원은 사모 운용사 전수조사 과정에서 정보 비대칭을 이용한 투자자 기망, 특수목적법인(SPC)·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 도관체를 이용한 대주주 편익 제공 등 다양한 위법·부당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A 운용사는 특정 대체 펀드 사업장이 시공사 부실로 공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자산운용 보고서에 허위 기재했다. A 사는 심지어 기존 투자자들이 시공사가 동일한 다른 펀드에 추가로 가입하게끔 부추기기도 했다.
B 운용사는 대주주인 가족 법인이 자금난에 처하자 도관체를 통해 특수관계자에게 자금을 송금하는 등 펀드 재산을 개인 지갑처럼 부렸다. 운용하던 특별 자산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하자 다른 펀드 자금으로 돌려막기하며 이를 은폐한 문제도 있었다.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다고 투자자를 속여 수백억 원을 유치한 뒤 해당 자금으로 부실 사모 사채를 갚은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C 운용사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자격 유지를 위한 최저 자기자본(7억 원)도 갖추지 못하자 이를 숨기기 위해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자산운용 보고서를 투자자들에게 나눠줬다. 감독 당국이 현장 검사를 나가자 고의로 연락을 받지 않기도 했다.
D 운용사는 부동산 개발 회사에 법정 최고 이자율 제한선인 20%를 한참 넘은 최고 166.7%의 고리로 대출을 중개했다. D 사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일반법인·개인 간 대출을 중개하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등록 취지에 부합하지 않거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운용사·임직원에 대한 제재 절차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겠다”며 “조직적인 투자자 이익 훼손, 펀드 재산 사유화 등 중대한 법규 위반은 즉시 퇴출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금감원이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막겠다며 지난 2020년 8월 시작해 올해 말까지 3년째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국회 정무위원회 의원실에 따르면 금감원 사모 운용사특별검사단은 올 5월까지 전체 220여 개 대상 가운데 89곳에 대해서만 조사를 마쳤다. 금감원은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조사 완료 업체 수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7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새로 설립된 사모 운용사는 156곳에 달했다. 그 사이 자진 폐지, 등록 취소 등으로 퇴출된 사모 운용사는 4곳에 불과했다. 사모펀드 수탁액은 2020년 말 438조 4000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577조 8000억 원으로 3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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