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적자 행진을 끊어낸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2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다만 수출액이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간 가운데 수입 감소 폭이 수출보다 더 가파른 ‘불황형 흑자’가 두 달 연속 나타나 이를 경기 회복의 신호라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6억 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올 6월 11억 3000만 달러 흑자를 낸 데 이어 2개월 연속 ‘플러스’를 보인 것이다.
원래 정부 안팎에서는 7월 무역수지가 약 5억 달러 수준의 적자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통상 7~8월은 냉방 수요로 에너지 수입량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 주요 수출산업인 반도체·석유화학 부문의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도 무역수지가 1개월 안에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무역수지 흑자가 나타난 것은 예상보다 에너지 수입액이 적었기 때문이다. 수입은 1년 전보다 25.4% 감소한 487억 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원유(-45.8%), 가스(-51.1%), 석탄(-46.3%)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이 47% 줄어든 97억 5000만 달러를 보인 영향이 컸다. 두바이유 가격이 1년 새 22% 감소하는 등 에너지 가격이 떨어진 가운데 정유업을 중심으로 원유 비축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대폭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6.5% 줄어든 503억 3000만 달러로 집계되면서 10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수출을 억누르고 있는 반도체 시장의 부진과 중국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액이 34% 줄어든 가운데 석유제품(-42%), 석유화학(-25%), 철강(-10%) 등 다른 주력 품목의 수출도 감소세를 보였다. 지역별로 봐도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인 중국 수출액이 전년보다 25.1% 줄었으며 미국(-8.1%), 아세안(-22.8%)에 대한 수출도 약세를 나타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9월 이후에는 반도체 업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자동차와 2차전지의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4분기 이후 수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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