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을 둘러싼 견해차가 크고 차기 노조 집행부 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휴가 이후 ‘하투(夏鬪)’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000270)·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003620) 등 국내 5사 모두 휴가 전에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 한국GM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공장 가동을 멈추고 여름휴가에 돌입했으며 르노코리아 역시 4일까지 2주간의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KG모빌리티는 7~11일을 휴가 기간으로 정했다.
르노코리아가 지난달 18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임금 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사흘 뒤 진행된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이 47.4%에 그치며 최종 타결에는 실패했다. 노사가 마련한 잠정 합의안은 기본급 10만 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 원 및 격려금 100만 원 지급 등을 담았는데 인상률에 만족하지 못한 조합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됐다. 애초 노조는 기본급 14만 원 인상과 일시금 600만 원 지급을 요구했다.
11차례에 걸쳐 본교섭을 진행한 현대차 노사의 교섭도 장기화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8만 49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안에 넣었다. 특히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을 놓고 이견이 커 노조가 한두 차례 실무 교섭을 가진 뒤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 조정을 신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에 나설 수 있는 쟁의권부터 확보해 사측을 압박하려는 전략이다. 노조가 지난달 12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총파업에 동참한 것을 문제 삼아 사측이 노조 간부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해 감정의 골까지 깊어졌다.
기아 노조도 기본급 18만 4900원 인상과 영업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신규 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을 지속하고 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2분기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조합원의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임금 인상과 관련한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GM 노사도 11차 교섭까지 이어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노조는 회사가 지난해 9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점을 근거로 성과금 1800만 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이달 임기를 시작한 헥터 비자레알 신임 사장이 휴가 이후 교섭에 참여하기 시작하면 노사 간의 줄다리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KG모빌리티 측은 과거 기업 회생 과정에서 축소된 복지 혜택을 원상 복귀하는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노조 집행부 선거도 올해 임단협의 주요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기아·한국GM 노조는 올해 말 차기 노조 지도부를 새로 선출한다. 통상적으로 9월부터 노조 내부 계파인 ‘현장조직’별로 대표자를 내세워 선거전에 돌입하는데 매번 치열한 선명성 경쟁이 벌어진다. 누가 더 사측을 잘 상대할 수 있는지를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교섭을 주도하는 현 노조 집행부를 비판하는 신경전이 반복되고 있어 올해 임단협 합의에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GM의 지난달 수출 실적이 1년 전보다 66% 이상 급증하는 등 완성차 업계 모두 안정적인 물량 생산이 시급한 상황이라 노조가 투쟁 수위를 높일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 전반이 준수한 실적을 거둔 데다 노조 집행부 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임단협 일정이 빠듯하다”며 “8월 중순 이후 교섭이 재개되면 노조가 곧바로 쟁의권 확보에 나서며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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