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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신뢰 잃은 통계

백주원 금융부 기자





“저희가 업무 보고를 받은 수치와 기사에 나온 수치가 달라 정정 요청 드립니다.”

최근 한 상호금융 업권의 수신 잔액 변화를 토대로 기사를 작성한 다음 날 금융감독원에서 전화가 왔다. 기사에서 인용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일부 월별 수신 잔액 수치와 금감원에서 파악한 수치가 다르니 수정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잠정치의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최근 수치뿐 아니라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지난해 말 기준 평균 수신 금리마저 차이가 있었다. 혹시라도 기사에 수치를 잘못 인용한 건가 싶어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접속해 재차 확인했으나 인용된 수치는 정확했다.

동일한 상호금융 업권에 대해 어떻게 금감원과 한은에서 파악한 수치가 다를 수 있는지 이유를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한은이 어떻게 숫자를 집계하는지 알 수 없으나 금감원에서 파악한 수치가 더 정확할 것”이라는 말뿐이었다. 국가가 제공하는 ‘통계의 신뢰성’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정부의 통계 관리 수준이 이 정도이니 실제 업권에서 제공하는 수치는 정확성과 투명성을 잃은 지 오래다. 특히 지난달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건을 겪은 새마을금고는 월별 수신 잔액이나 연체율 등 아주 기본적인 데이터를 아예 공개하지도 않고 있다. 관련된 수치를 알 길은 2개월 후에나 공시되는 한은 경제통계시스템뿐이다.

실제 고객들이 예금을 맡기고 대출을 받는 금고별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제한적이다.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신협 등 상호금융 업권은 1년에 두 차례만 금고별 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들이 분기별로 실적을 발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뱅크런 사태 때 정부와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니 안심해도 된다”고 외쳤다. 하지만 상대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면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돈이 오가는 금융권에서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이라도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신뢰를 얻는 길이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얼마 전 한은은 상호금융에서 뱅크런이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기관별로 파악하는 기본적인 수치조차 다른 현 상황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금융 위기 불안감이 고조되는 지금 이 순간 선행돼야 할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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