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을 앞둔 서울 여의도 아파트들이 사업시행사로 신탁사를 잇따라 영입하면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층고 규제가 완화돼 한강 변 마천루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정비계획안이 나온 일부 단지의 경우 분양 가격을 3.3㎡(평)당 6000만 원 이상으로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은하아파트는 지난달 하나자산신탁과 예비 사업시행자 선정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여의도 내 신탁 방식 재건축 추진 단지는 7곳으로 늘어났다.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신탁 방식을 택하는 것은 사업 기간을 기존 조합 방식 대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 방식 정비사업은 기본계획 수립과 안전진단을 거쳐 구역 지정 정비계획→추진위원회 설립→조합 설립→사업시행 인가 등 4단계 절차를 거치지만 신탁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할 경우 구역 및 사업시행사 동시 지정→정비사업계획 통합 수립 등 2단계에 그쳐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신탁사가 자금 관리를 도맡아 사업을 추진해나가는 만큼 일부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합 내 내홍이나 임원의 횡령·배임 등 마찰도 방지가 가능하다. 정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둔촌주공 조합이 공사 중단 손실 보상금으로 1조 1400억 원을 물어준 후 신탁 방식으로 선회하는 사업장이 늘었다”며 “특히 지금처럼 금리가 높고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뛰는 상황에서는 사업이 계획대로 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여의도 지역의 이 같은 재건축 활기는 서울시가 발표한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서울시는 올해 5월 여의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 일대에 용적률 최대 1200%를 적용해 350m의 초고층 건축물 건립이 가능하도록 한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여의도 아파트 단지들도 50층 이상 초고층 재건축을 잇따라 추진 중이다. 신통기획안에 따르면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최고 65층, 한양아파트는 최고 54층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교아파트(59층) △삼부아파트(55~56층) △공작아파트(49층) △수정아파트(49층)도 초고층 아파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분양가도 크게 뛰었다. 영등포구청에 제출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65층으로 지어지는 시범아파트의 일반분양가는 3.3㎡당 6400만 원에 이른다. 이는 용적률 351.96%를 적용한 결과다. 수정아파트는 6100만 원(477.74%), 한양아파트는 6000만 원(599.93%)으로 나타났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의 경우 22억 원 안팎, 59㎡는 15억 7000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평균 3.3㎡당 분양가(3192만 원)를 훌쩍 뛰어넘었을 뿐더러 재건축 아파트 가운데 가장 분양가가 비쌌던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5653만 원)보다도 높다.
추후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 등 절차가 남은 만큼 분양가가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초고층 아파트는 건축비도 많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다”며 “여의도 단지는 향후 강남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분양가가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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