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25개월 전인 2021년 6월(2.3%) 이후 가장 작은 상승 폭입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2.7%)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입니다. 올 1월(5.2%)만해도 물가 상승률이 5%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둔화세가 뚜렷한 셈입니다.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 상승률(1.8%)도 1%대로 내려앉았습니다. 생활물가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한 것은 2021년 2월(1.7%) 이후 처음입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 역시 1년 전보다 3.3% 오르며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물가 상황이 안정됐다는 의미입니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 측도 "전반적인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적상추 평균 소매가는 지난 4일 기준 100g당 2310원으로 1개월 전(1143원)보다 2배 이상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시금치 평균 소매가는 100g당 930원에서 2286원으로 2.5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최근 집중 호우와 폭염 등 악재가 겹친 탓입니다.
외식 물가도 심상치 않습니다. 실제 지난달 통계청 외식 물가 조사 품목 39개 중 30개(76.9%)가 전월 대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최근 한 달새 외식 품목 약 80%의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구체적으로 도시락(2.6%), 피자(1.2%), 구내식당(0.7%), 삼계탕(0.6%) 등이 올랐습니다. 1개월 전과 비교해 가격이 내려간 외식 품목은 쇠고기(-0.1%) 등 1개밖에 없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외식 물가 부담에 지갑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13.4% 감소했습니다. 2021년 1분기(-14.1%)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음식점·주점업 소비가 감소세를 기록한 것도 2021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입니다.
문제는 올 하반기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올 여름 들어 이어지고 있는 폭우와 폭염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집중 호우 여파로 지난달 채소류 가격은 전월 대비 7.1% 올랐지만 폭우 영향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 통계청 관계자는 "채소류는 폭우 영향으로 지난달 하순에 많이 올랐다"며 "(매달) 물가를 3차례에 걸쳐 조사하는데 3번째 조사 때 (폭우 영향이) 많이 반영돼 등락률이 낮게 나온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폭우 여파가 온전히 반영되는 이달 조사에서는 채소류 물가 상승률이 지난달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제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은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국제 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감산 조치를 올 9월까지 연장한다고 밝히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단 정부는 물가 불안 요인이 올 10월부터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8~9월에는 추석, 기상 여건 등 계절적 요인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단) 10월 이후 다시 안정 흐름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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